[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올 시즌 개막 후 50일 가까운 시간을 호평만 받았던 LG는 최근 열흘 남짓 시간 동안 견디기 쉽지 않을 정도의 힘든 시간을 보냈다. 따지고 보면 가혹한 면이 없지 않았다. 순위도 상위권인데다가 마운드는 여전히 강했다. 어느 팀이든 시즌 중 몇 번의 위기를 겪는다. 전문가들 역시 “LG가 하위권까지 추락하지는 않을 것”라고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하지만 팬들은 동요했다. 단적으로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꾸준히 지적받는 타선침체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가운데 반복되는 병살타와 허무한 실책들이 속 타게 만들기 충분했다. 불과 2주 전만해도 1위를 바라봤는데 어느 순간 하위권 가능성이 제기되니 심리적 박탈감도 더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잘 이뤄지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도 있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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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렸던 LG가 연패탈출과 동시에 연승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변화가 이끈 결과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LG는 5월31일과 6월1일 잠실구장서 열린 넥센전을 승리하며 한숨 돌렸다. 길었던 6연패를 끊어냈고 연승까지 거뒀다. 31일 경기 이전 한 번 삐끗하면 7위까지 추락할 위기에 놓였었는데 일단 고비를 넘기며 2일 오전 현재 공동 4위를 지켰다. 3위 두산과는 한 경기차, 공동 6위 이하 중하위권 팀들과는 두 경기 이상 차이를 벌렸다.
분위기 반전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대표적으로 적극적 변화의 시작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LG는 지난 30일 전격적으로 주축타자 4명(이형종-정성훈-유강남-임훈)을 1군에서 제외했다. 최근 좋지 않았고 득점권 상황서 특히 부진했다는 게 이유다. 대신 김재율-백창수-조윤준-이동현을 불러들였다. 부상에서 회복한 이동현은 불펜강화의 목적. 나머지 세 선수는 그 동안 많이 보여준 것 없는 기대주들로만 분류됐던 자원들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 그들이 부름 받은 이유는 한 가지였다. 양 감독은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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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승 기간 LG는 안익훈(사진)과 김재율 조윤준 등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LG의 연패탈출을 향한 분위기 반전시도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다. 선수들이 한창 몸을 풀고 있던 31일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응원단상 쪽에서는 호기심 가는 음악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 곳에는 한 남자가 비트에 맞춰 흥겹게 랩을 열창했다. 당시 6연패라는 침체된 상황. 선수들은 음악소리에 흥겨워했고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도 한결 좋아졌다.
랩을 불렀던 이는 바로 막내 불펜포수 김도우. 침체된 팀 분위기를 보다 못한 최정우 벤치코치의 제안에 따라 그는 관심 있던 랩으로 이목을 집중시켰고 선수들 사기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일종의 분위기반전 카드였던 셈. 김도우는 자신이 이벤트를 펼치자마자 연패를 탈출하자 경기 후 환하게 웃었다. 기간을 두고 며칠 연습했다고 밝힌 그는 프로래퍼 같았다는 말에 수줍게 손사래 쳤다. 팀 승리를 위해서 했던 일이라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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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공수에서 흔들렸던 채은성(왼쪽)이 경기 후 특별수비훈련을 통해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중심타자인 채은성은 최근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이 몇 차례 연출됐다. 가뜩이나 방망이도 잘 맞지 않는 터라 공수전체가 흔들렸다. 그랬던 채은성은 30일 1안타, 31일 멀티히트, 1일에는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공격에서 반전의 시작을 알렸다. 31일 경기 후에는 백창수와 함께 외야 특별수비훈련까지
단체스포츠는 흐름이 좌우한다. 연승할 때는 승리가 쉬워 보이지만 연패에 빠지면 사소한 실수조차 경기를 망치고 만다. 롤러코스터 같은 LG의 상황. 핵심은 변화와 도전정신, 간절한 의지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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