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8년 만의 한국시리즈에 등판한 양현종(29)은 달랐다. 한국시리즈 통산 평균자책점 6.14(7⅓이닝 5실점)였던 젊은 투수는 완봉으로 한국시리즈 첫 승을 거뒀다. 은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에이스의 힘을 발휘했다.
양현종의 공은 평소보다 더 위력적이었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을 한 양현종의 공을 두산 타자들은 공략하지 못했다. 안타는 단 4개. 두산의 포스트시즌 7경기 연속 홈런도 멈췄다.
“원래 잘 던지는 투수인데, 휴식으로 힘까지 생겼으니 얼마나 더 잘 던지겠는가”라는 박건우의 푸념대로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오늘 양현종의 공은 절대 못 치겠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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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양현종은 26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122구 완봉승을 거뒀다. 꼬여가던 KIA는 양현종의 역투에 힘입어 흐름을 뒤바꿨다. 사진(광주)=김재현 기자 |
양현종은 에이스다. 그의 표현대로 경기를 책임지고 팀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다. 그는 평소보다 액션도 컸다. 대표적인 것이 8회초를 마친 뒤였다. 만원 관중이 “양현종”을 연호하는 가운데 그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이었다. 상대를 자극할 수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머릿속으로 고민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팀을 일깨우고 싶었던 양현종이었다. 그는 “나도 모르게 액션이 컸는데 두산 선수단과 두산 팬에 죄송하다. 그렇지만 내 행동이 팀에 힘을 불어넣기를 바랐다”라고 전했다.
그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KIA는 8회말 두산의 미스플레이를 놓치지 않고 결승 득점을 뽑았다. 행운의 연속. 양현종의 날갯짓이 KIA에 승리의 기운을 가져왔다.
양현종은 “꼭 이기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다”는 스승 칸베 토시오 코치의 바람을 이루기 위함도 있지만, 시리즈 열세의 팀에 꼭 필요한 1승이었다. 간절함을 빚어낸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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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승리투수가 된 양현종은 KIA에 귀중한 1승을 선물했다. 사진(광주)=김재현 기자 |
흐름은 KIA로 좀처럼 넘어오지 않았다. 타선도 11안타에 그치며 침묵할 따름이었다. 자칫 꼬일 수 있었다. 두 판을 모두 두산에 내줄 경우, KIA는 궁지에 몰릴 채로 원정 3연전을 치러야 했다. 세 판이 아닌 두 판 만에 끝날 수도 있다.
양현종은 그 판도를 깼다. 흐름도 뒤바꿨다. 김기태 KIA 감독도 양현종의 활약에 고무적이었다. 두산보다 경험이 부족했던 KIA였다. 그러나 반격의 1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김기태 감독은 “양현종이 정말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완벽한 경기력은 아니었으나 투수전 승리를 거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타선도 부담을 덜고 자신감을 가져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며 기뻐했다.
역전 우승을 꿈꾸는 KIA에게 양현종의 계산된 액션과 기대 이상의 호투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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