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슈퍼페더급(-59㎏) 챔피언 최현미(27)가 하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는 사상 첫 프로권투선수가 되겠다는 야망을 밝혔다.
최현미는 “2020년 도쿄올림픽 우승 후 은퇴하겠다”라면서 “많은 이들이 프로와 아마는 다르다고 하지만 나는 아마추어 경력도 있어 규정과 방식에 모두 익숙하다”라고 자신했다.
국제복싱협회(AIBA)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대회부터 프로에도 올림픽 권투의 문호를 개방했다. 그러나 시상대에 오른 19국·51명의 남녀 메달리스트는 모두 아마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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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미는 WBA 페더급·슈퍼페더급 챔피언에 빛나는 2체급 세계석권 무패 프로복서다. |
세계복싱평의회(WBC) 등이 ‘올림픽 출전=프로 제명’을 천명하면서 유명프로권투선수들이 리우대회 참가를 쉽게 결심하기는 어려웠다. 3분×3라운드의 아마추어와 최대 12라운드까지 경기하는 프로의 차이도 망설임을 더했을 것이다.
최현미는 도쿄올림픽을 복싱경력의 최종목표로 삼고 있기에 WBA가 프로자격 발탁 등의 징계를 언급해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 적잖은 아마 경험도 장점이다.
평양에서 태어난 최현미는 2001년 북한에서 아마추어권투에 입문했다. 2004년 탈북 후 한국에서 2006년 대통령배전국시도대회 –57㎏과 전국여자신인선수권 –60㎏ 및 2007년 대통령배전국시도대회 –57㎏과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회장배대회 –60㎏에서 잇달아 정상에 올랐다.
최현미는 2008년 프로 전향 후 15승 1무로 16경기 연속 무패다. WBA 페더급 챔피언 7차 방어 후 같은 기구 슈퍼페더급 타이틀 5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도쿄올림픽에 대해 최현미는 “아마추어권투도 프로같이 바뀌고 있다”라는 것도 도전 이유로 들었다. 2012년 런던대회까지 유효타 총점으로 우열을 가렸으나 2016년 리우올림픽부터는 라운드별 채점 등 프로복싱의 특징이 일정부문 반영됐다.
이러한 변화로 적중 횟수, 즉 정교함과 기술의 우위 못지않게 파괴력도 중요해졌다. 상대를 KO 시키지 않는 이상 한 라운드만 우세해서는 이길 수 없게 된 것도 프로 경기와 비슷해진 점이다.
세계 최대 프로복싱전적기록사이트 ‘복스렉’는 최현미를 슈퍼페더급 5위로 평가한다. 세계 TOP17 중 유일한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돋보인다.
복싱보다 저변이 얕은 종합격투기도 UFC 스트로급(-52㎏)과 밴텀급(-61㎏) 랭킹에 단 한 명의 아시아 여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월드클래스 아시아 여자선수를 보려면 아톰급(-48㎏)까지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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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미는 로드FC 타이틀전 경력자 김훈에게 종합격투기·레슬링·주짓수 등을 배운다. 김훈은 UFC 전·현직 챔프를 이긴 유일한 한국인이다. |
최현미의 이러한 탈아시아적인 역량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완력으로 내 체력을 빼려는 외국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레슬링을 배웠다”라면서 “근력 운동도 한다. 요즘은 종합격투기도 수련한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회사 로드FC의 미들급(-84㎏) 타이틀전 경력자 김훈(37)이 최현미의 종합격투기 스승이다. “세계복싱챔피언이라고 해도 레슬링이나 브라질유술(주짓수)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재능인 것이 일반적이다. 권투선수의 그래플링 향상이 더딘 예는 너무도 많다”라면서도 “최현미는 다르다. 한 번만 알려주면 어지간한 그라운드 기술도 바로 따라 한다. 부러운 소질”이라고 극찬했다.
김훈은 UFC 전·현직 챔피언을 격파한 유일한 한국인이다. 초대 UFC 미들급(-84kg) 잠정챔피언 로버트 휘터커(27·호주)를 2011년 10월 30일 경기 시작 3분 1초 만에 ‘트라이앵글 초크’라는 조르기 기술로 제압했다.
복싱에만 갇혀있지 않은 최현미는 성균관대학교 학사 학위를 받은 후 2015년부터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하는 등 학구열도 만만치 않다. 현재 전공은 사회체육 관련이지만 박사는 마케팅 등 다른 분야를 생각하고 있다.
최현미는 “학문적으로는 교수가 꿈”이라면서도 “진천국가대표종합훈련원이 9월 2단계 준공되면서 복싱훈련시설도 확보됐다. 그곳에서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나를 상상해보기도 한다”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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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미는 한국 복싱 스토어 ‘파이트허브’의 후원을 받고 있다. 지원에 감사를 표한 글러브. |
프로복싱 세계챔피언과 올림픽 권투 금메달, 박사 과정 이수와 여자복싱대표팀 감독까지. 최현미는 이런 소망을 다 이룬다면 해설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사견 피력을 최소화하는 중계’를 지향하겠다고.
WBC·WBA와 국제복싱연맹(IBF) 그리고 세계복싱기구(WBO)까지가 프로권투 4대 인가기관이다. 최현미는 남녀 통틀어 현재 유일한
최현미의 이러한 위상은 흥행력으로 이어진다. WBA 페더급 4차 방어전은 6000명의 관중을 동원했고 가장 최근 WBA 슈퍼페더급 타이틀전도 초겨울 난방이 되지 않는 열악한 장소에서 열렸음에도 3000명이 현장을 찾았다.
사진=최현미 제공/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