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2번이나 이별했다. 그러나 3번째 만남이다. 송신영(41)이 영웅군단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투수가 아닌 코치 신분이다.
송 코치는 지난 6월 한화에서 조인성, 이종환과 함께 웨이버 공시됐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할 계획이었던 그는 예정보다 조금 빨랐지만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그는 잠시나마 ‘야구인’ 꼬리표를 뗐다. 학업에 매진하며 석사 과정을 밟았다.
송 코치는 “스포츠심리학, 코치학, 트레이닝 등 정말 공부를 많이 했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려니 힘들더라. 그렇지만 이게 다 내 거가 되지 않는가. 19년간 선수로 뛰면서 막연하게 느꼈던 것들을 이론을 접하며 명확하게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공부하는 지도자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그는 박사 과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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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신영은 선수가 아닌 코치로 다시 넥센 히어로즈로 돌아왔다. 3번째 만남이다. 그 운명의 끈은 참 질기다. 사진(고척)=이상철 기자 |
‘야인’ 신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넥센이 러브콜을 보냈다. 2015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에서 한화로 이적했던 송 코치가 2년 만에 복귀했다. 넥센 팬 사이에서 ‘넥센의 심장’으로 불렸던 그다. 그렇게 넥센의 심장은 다시 뛴다.
송 코치의 보직은 2군 재활군 및 신인 투수코치. 그런데 코치 선임 이후 그의 이야기를 듣기 어려웠다. 넥센도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 6개월 전과 다르다. 그는 조용히 하루, 또 하루를 보내며 묵묵히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진행된 일일까. 송 코치의 복귀에는 이장석 대표이사의 손길이 컸다. 2년 전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자, 넥센은 당혹스러웠다. 트레이드로 잠시 떠났지만 송 코치는 넥센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송 코치는 현역 연장에 대한 고민을 하던 시기였다. 안타까워하던 이 대표는 훗날 재회를 약속했다. 그리고 현역 은퇴한 송 코치가 감사 인사를 하러 연락하자, 이 대표는 곧바로 “우리 팀에서 코치해야지”라고 말했다. 송 코치도 흔쾌히 수락했다. 다만 한화가 보류권을 갖고 있던 시기라 공식적으로 밝힐 수는 없었다.
넥센행 고민은 없었다. 넥센과 송 코치 사이에는 보이지 않지만 끊기 어려운 끈이 있다. 송 코치의 현역 마지막 경기 상대도 공교롭게 넥센(4월 28일)이었다. 비록 그때는 은퇴경기라는 걸 알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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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신영은 코치로서 다시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옥영화 기자 |
그는 “넥센은 내 친정과 같다. 코치를 한다면 넥센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라며 “희한하게 다른 팀에 소속됐던 시절, 한 번도 넥센 홈구장에서 한 번도 공을 던지지 않았다. 몸을 풀 상황조차 없었다. 그게 다 넥센과 나의 운명 같다. 프로의 세계지만, 그라운드에서 넥센 후배와 만나면 마음이 약해졌다. 정든 팀과 절친한 후배를 이겨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라고 고백했다.
2년이라는 시간은 짧다. 그러나 많은 게 변할 수도 있다. 넥센은 젊은 팀이다. 송 코치가 다시 돌아온 사이 못 보던 젊은 선수가 많아졌다. 그 이야기에 송 코치는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그의 손을 거쳐 자랄 ‘풀’이다.
송 코치는 “선수가 다가올 수 있는 코치가 돼야 한다. 내 야구 열정은 물론 코치 자격이 있다는 걸 보여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아직은 ‘코치님’보다 ‘선배님’으로 불리는 게 편하다며 웃었다.
송 코치의 선수로서 마지막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코치로서 이뤄갈 꿈이 많이 남아있다. 송 코치는 “좋은 지도자를 만나 즐거웠던 야구인생이었다”라고 평했다. 이제는 그가 누군가에게 좋은 지도자가 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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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히어로즈 출신 선수들은 송신영 코치의 복귀를 축하하며 기념 케이크를 선물했다. 먹기 아까운 케이크는 소중히 보관 중이다. 사진=송신영 제공 |
송 코치는 “현역 시절 김재박, 김시진, 이광환, 김경문, 김성근 등 좋은 지도자를 만나 많이 배웠다. 내게는 매우 고마운 분들이다. 지도자로서 카리스마는 물론 부드러움도 있어야 한다. 또한, 선수를 존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송 코치에게는 ‘19’의 운명이 있다. 그의 현역 시절 등번호는 19번. 19일에 잊지 못할 기록을 수없이 세웠다. 그리고
지도자로 이제 첫 발을 내딛는 그는 이번만큼은 19의 운명 굴레를 벗어나고자 한다. “19년보다 더 오래 지도자로 활동하고 싶다”라는 그는 “훌륭한 지도자였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