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카잔) 이상철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한국-독일전의 초미 관심사 중 하나는 장현수(FC도쿄)의 출전 여부였다. 킥오프 1시간 전 공개된 선발 출전 명단에는 장현수의 이름이 있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세 번째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경기, 장현수는 모든 걸 불태웠다.
한국인에게 러시아월드컵은 곧 장현수였다. 스웨덴전과 멕시코전 패배의 원흉이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미스플레이가 없지 않았으나 온전히 그의 잘못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여론은 장현수의 독일전 선발 출전에 부정적이었다. 그와 관련된 뉴스마다 악성 댓글이 달렸다. 인격 모독도 있었다.
그렇지만 신태용 감독은 장현수를 중용했다. 고민이 없지 않았을 테지만 조직력을 강조하면서 장현수를 믿고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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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클을 시도하는 장현수. 사진(러시아 카잔)=옥영화 기자 |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장현수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을 터다. 역할도 달라졌다. 기성용이 부상으로 뛸 수 없자, 신 감독은 장현수에게 기성용의 역할을 맡겼다.
수비수 장현수가 아닌 미드필더 장현수는 의욕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반 2분 전방까지 올라가 압박을 펼쳤다.
4-4-2보다 4-1-4-1 포메이션에 가까웠다.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장현수의 기본적인 위치는 2선보다 3선이었다. 수비를 두껍게 해 역습 기회를 엿보게 만들어야 했다.
다만 장현수와 정우영, 구자철의 거리가 멀었다. 중원 싸움에서 고전한 이유다. 장현수는 전반 39분 트래핑 미스를 범해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치명적인 미스플레이는 없었다. 그라운드를 누비며 헌신했다.
후반에는 블록을 두껍게 쌓으며 독일의 공세를 차단하는데 집중했다. 조현우의 선방만큼 눈에 톡톡 튀지 않았다. 그러나 수비를 리드하며 안정감을 심어줬다. 한국이 후반 들어 역습 기회가 늘어났던 것은 독일이 체력적으로 지치기도 했지만 잘 버텨냈기에 가능했다.
후반 39분에는 공간이 열린 브란트의 슈팅을 육탄방어로 막았다. 역습 과정에도 적극 가담했다. 후반 40분에는 크로스를 시도했으나 독일 수비
장현수가 이날 MOM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간의 비난을 잠재우려는 듯 열심히 그라운드를 뛰었다. 모든 것을 쏟은 장현수였다. 세계최강 독일을 상대로 놀라운 승리를 거둔 태극전사였다. 장현수 또한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