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에릭 해커(35·넥센)는 7일 현재 1승 투수다. 6월 21일 넥센과 계약 후 KBO리그 6경기에 등판했지만 승리투수로 기록된 것은 한 번이었다. 넥센이 해커가 등판한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두 번이다.
에스밀 로저스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에이스’가 필요했던 넥센의 구애를 받았던 해커다. 실망스러운 성적인가. 해커는 점점 KBO리그 팬이 기억하고 있는 해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일 수원 kt전에서 7이닝 3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넥센 입단 후 최고의 투구였다. 득점 지원만 됐다면 2승은 더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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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저스의 대체 선수로 넥센과 계약한 해커는 7일 현재 1승 2패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하고 있다. 진짜 해커의 모습을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장정석 넥센 감독은 해커에 대해 “점점 좋아지고 있다. 합류 초반에는 힘이 떨어지는 게 보였으나 지금은 100구를 넘어도 힘이 남아있다”라며 “앞으로 kt전 같이 던져주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기뻐했다.
6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5.19의 성적표. 해커는 성이 찰 수 없다. 해커는 “투수에게 절대 만족이라는 것이 있을까. 실점하지 않으며 꾸준하게 던진다면 모를까. 그러나 지금껏 난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 만족한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 끊임없이 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를 연구해야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해커는 2013년부터 KBO리그에서 뛰었다. 지난해까지 통산 56승 34패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도 수상했다.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낯이 익은 무대지만, 그의 KBO리그 6번째 시즌은 상당히 늦게 시작했다. 고충이 없을 수 없다. 게다가 무엇보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적응’이었다.
해커는 “야구선수의 비시즌은 2,3개월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난 시즌 첫 경기를 치르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상당히 오래 준비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넥센은 그가 적으로 상대했던 팀이다. 생활해야 할 터전도 창원이 아니라 서울이다. 해커는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동료와 지내야 했다. 서로 맞춰나가는 등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전했다.
해커는 KBO리그에서 다시 뛸 기회를 얻었지만 NC가 아니라 넥센의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그는 “난 KBO리그에서 계속 뛰다가 현역 은퇴를 꿈꾼다. 지난해 성공적인 시즌(12승 7패 평균자책점 3.42)을 치렀다고 판단했는데 NC와 재계약하지 못했다. 나에 관한 루머가 협상에 영향을 끼쳤는데 잘못된 이야기였다. 난 정말 충격이 컸다”라며 “넥센의 제의를 받았을 때 꼭 함께 하고 싶었다. NC에서는 정상 가까이 갔지만 밟지 못했다. 프로선수라면 우승이 가능한 팀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넥센에는 능력 있는 선수가 많다”라고 밝혔다.
첫 인사는 좋지 않았다. 해커는 7월 3일 고척 SK전에서 5회 대량 실점을 했다. 경기를 마친 후 팀에 미안한 감정이 컸다. 그는 “선발투수라면 개인이 아니라 팀의 승리에 초점을 두고 투구해야 한다. 내가 7실점을 했다. 당연히 팀이 승리할 확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너무 미안했다”라며 회상했다.
하지만 해커는 친정 NC를 만나면서(7월 8일 고척 경기 5이닝 무실점) 반전을 알렸다. 공교롭게 해커가 넥센에서 첫 승을 올린 경기도 7월 22일 마산 NC전(6⅓이닝 3실점·첫 퀄리티스타트)이었다. NC를 두 차례 상대해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했다. 유난히 친정에 강했다.
해커는 길게 숨을 들이마신 뒤 “난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내 투구에만 집중한다. NC전에 두 차례 등판했지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라며 “만약 그렇게 보인다면, 또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프로야구는 팬이 중심이다. 팬이 그렇게 재미있는 방향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받아들여도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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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커에게 팬의 기대는 강한 동기부여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해커는 “매 경기 컨디션이 같을 수 없다. 어느 날은 속구가 좋을 수 있으며 다른 날은 변화구가 좋을 수 있다. 그 매번 다른 상황에서 최대한 컨디션 관리를 잘 해 효율적인 투구를 펼치느냐가 중요하다”라며 “넥센 팬이 내게 기대하는 모습이 kt전 같은 투구라면, 내가 궁극적으로 돼야 할 모습일 것이다.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주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해커는 우승이 고프다. 넥센 또한 창단 후 우승이 없다.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해커도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고개를 숙인 바 있다. 넥센과 해커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넥센은 NC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투수의 비중이 크다. 원투펀치로서 제 역할을 해줘야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더욱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순위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7일 KIA를 꺾고 4연승을 달린 넥센은 4위 LG와 승차를 0.5경기로 좁혔다. 그러나 6위 삼성과도 0.5경기차다. 6위는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않는다.
해커는 “모든 선수가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 대한 압박감이 있다. 하지만 난 그 압박감을 즐긴다. 내 바람은 넥센과 넥센 팬이 내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큰 기대에 부응하며 믿음에 보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해커는 자신감도 넘친다. 2014년부터 해마다 가을야구를 경험한 그는 “올해도 내가 포스트시즌에서 공을 던질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 넥센은 충분히 그럴 역량을 갖고 있는 팀이다. 선수단 모두 합심해 노력하면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오를
에릭 해커
1983년 3월 26일생
185cm 104kg
뉴욕 양키스-피츠버그-미네소타-샌프란시스코-NC-넥센
2015년 KBO리그 승리 및 승률 부문 1위
2015년 KBO리그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2017년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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