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안준철 기자] 2018년 9월의 첫째 날은 한국 야구의 잔칫날이었다.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야구에서 한국이 3연패를 차지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잔칫날에 한국을 대표하는 협회 수장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운찬 총재는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는 시상자로 나섰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야구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0으로 승리,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 야구는 아시안게임 5번째 금메달과 함께 최초의 대회 3연패 국가가 됐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선수들은 밝은 얼굴로 그라운드에서 서로 기쁨을 나눴다. 지난 26일 대만과의 예선라운드 B조 1차전에서 1-2로 패한 뒤, 대표팀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안 좋아져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선동열 대표팀 감독의 표정도 조금 풀렸다.
곧바로 시상식에 열렸다. 마지막 아웃이 된 우익수 뜬공을 잡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친 대표팀 막내 이정후(넥센)부터 승리 순간 마운드를 지킨 최고참 정우람(한화)까지 기쁨을 만끽했다. 정운찬 총재는 24명의 선수들에게 직접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악수를 나눴다. 한국 야구의 잔칫날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수장이 함께한 의미 있는 장면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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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찬 KBO 총재는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다. 국무총리를 역임한 행정가이기도 하다. 그가 가장 중요시 하는 화두는 동반성장이다. 정 총재는 동반성장연구소의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프로야구의 수장인 정 총재는 최근 아마추어와의 동반성장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원래 아마추어가 주인공이어야 할 아시안게임에서 정 총재가 주인공을 자처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김응용 회장은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이 열리는 동안 자카르타에 오지 않았다. 반면 프로야구 기구인 KBO의 정운찬 총재는 대표팀 일정과 함께 하고 있다. 장윤호 KBO사무총장 등 KBO직원들 다수도 자카르타에 와서 대표팀 지원업무를 하고 있다. KBO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10개 구단 사장들도 자카르타에 함께 왔다.
이는 이번 대표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주체가 KBO이기 때문이다. 대표팀 전임감독인 선동열 감독을 고용한 것도 KBO다. KBSA는 김응용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야구 국가대표팀이 참가하는 각종 국제대회 중 올림픽, 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의 경우 KBO 소속 지도자와 선수들을 선발해 파견하는 현실을 고려해 협회와 KBO가 업무를 분장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해당 대회에 참가하는 국가대표팀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과 권리(파견 주체 등)는 KBSA가 계속 보유하되 KBO가 내부 '국가대표운영규정'에 따라 대표팀을 선발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결국 KBSA가 실질적으로 KBO에 대표팀 감독 선임과 선수 선발 권한을 위임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선동열 감독을 2020 도쿄올림픽까지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국가대표팀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을 가진 협회의 수장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돈 문제다. 김응용 회장이 취임하던 시기 야구협회는 사고단체로 전락해 있었다. 김 회장은 생활체육단체와 소프트볼협회와 통합을 하면서 취임했다.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당시 양해영 KBO사무총장이 협회 실무부회장으로 부임하면서 KBSA의 살림에 KBO과 관련을 맺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하지만 KBSA가 KBO에 종속된 관계로 변질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표팀과 관련된 사안에서다. 이번 아시안게임만 하더라도 그 동안 관행적으로 1명씩 포함시키던 대학선수를 뽑는 원칙을 파기해버렸다. 선동열 감독은 “성적을 내기 위해 김응용 회장님께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하기까지 했다. 말이 양해지만, 아마추어가 주인공이어야 할 국제종합대회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선 감독의 결정은 아마추어 야구 관계자들로부터 큰 공분을 샀다. 얼마 전 한국 대학야구 감독자 협의회는 아마추어 선수 미발탁에 대한 비판 성명서를 내고 대학 야구를 죽이는 선택이라고 반발했다. 최근 들어 협회가 관장하는 23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 엔트리에 프로선수를 대거 발탁해서 대학야구 지도자들이 김응용 회장 면담을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동열호가 비난을 받은 큰 이유 중 하나도 이와 관련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아시안게임에는 실업야구에 해당하는 사회인리그 선수로만 대표를 선발해 파견한다. 대만도 아시안게임에 대한 중요도를 낮췄다. 이번에도 프로리그(CPBL) 선수는 24명 중 7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실업리그 소속이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병역 특례가 걸려 있어, 최정예 멤버를 파견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마추어 쿼터를 무시해버렸다. 선발된 몇몇 선수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대만에 패했고, 중학생 수준인 홍콩에 3점이나 내주는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야구팬들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일본을 두 차례(슈퍼라운드, 결승전) 누르고 금메달과 함께 3연패를 달성했지만, 여론이 확 바뀌진 않은 것 같다. 한국의 최정예 전력이라면 금메달은 당연한 것인데, 내용이 좋지 않으니 야구팬들이 좋게 보지 않는 것이다.
김응용 회장의 불참은 프로 위주의 야구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과도 같다. 그 자리를 아시안게임 야구를 열리는 동안 정운찬 총재가 10개 구단 사장들과 VIP석에서 대신했다. 급기야 BFA와는 접점이 없는 KBO총재가 금메달 시상자로 나서기도 했다. 다른 종목의 시선에서는 촌극
최근 정운찬 총재와 김응용 회장이 만나 아마추어 야구를 살리는데 뜻을 모았다고 전해졌다. 프로의 근간이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카르타에서의 여러 장면을 봤을 때 요원해 보인다. 프로와 아마의 동반성장은 아직 시작도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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