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날짜는 약속이자 역사다. 2020년 8월 9일, 민족스포츠 마라톤이 올림픽에서 세 번째 ‘8월 9일의 기적’을 이루어 낼 것인가. 지난 12월 4일(이하 현지시간) 신화통신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2020년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의 개최일시와 장소를 8월 9일 오전 7시 홋카이도 마라톤 코스로 확정해 발표했다”고 스위스 로잔 발(發) 기사로 보도했다.
1936년 손기정이 제패한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이 8월 9일에 열렸고 56년 뒤인 1992년 황영조가 우승한 바르셀로나 올림픽도 8월 9일에 개최됐는데 2020년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 레이스 역시 8월 9일로 확정된 것이다. 이 때문에 경자년 새해를 맞은 육상계는 한국마라톤이 세 번째 ‘큰일’을 저지르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신화통신은 도쿄올림픽조직위가 “올림픽 기간(7월24일~8월9일) 도쿄의 날씨가 섭씨 40도 가까이 올라 마라톤과 경보를 도쿄 북쪽 830km 떨어진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개최하는 것이 좋겠다는 IOC의 권유를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오주한, 지난10월 도쿄올림픽 참가 기준기록 통과
↑ 귀화 국가대표 오주한(케냐명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이 대한민국 3번째 올림픽 남자마라톤 우승에 도전한다. 오주한은 지난 10월 서울 만리동 옛 양정고 교정의 손기정기념관을 찾아 고인의 베를린올림픽 금메달 당시 역주 사진 앞에서 도쿄올림픽 우승을 다짐했다. 사진=대한육상연맹 제공 |
지난 10월 20일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8분21초로 2020년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 참가기준기록(2시간11분30초)을 통과한 오주한이 11월부터 케냐 엘도렛 해발 2000m의 고지 캅타갓 훈련캠프에서 도쿄올림픽 메달 획득을 향한 강훈에 들어간 것. 캅타갓 훈련캠프에는 2시간1분39초의 세계기록 보유자인 엘리우드 킵초게(36 · 2016년 리우올림픽 우승)가 소속된 네덜란드 글로벌 스포츠팀을 비롯 이탈리아의 닥터 로사팀, 봄보 스포츠팀, 컴플리트 스포츠팀 등 세계적인 마라톤팀들이 올림픽 우승을 위해 담금질을 하고 있다.
오주한은 케냐 국적 시절부터 4년 연상인 킵초게의 라이벌로,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도 그와 호각의 기록 다툼을 벌였었다. 더위에 강한 오주한이 7개월 뒤 열리는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8월 9일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까?
케냐 북부의 덥고 메마른 사막지역 트루카나에서 맨발로 맨땅을 달리던 그가 마라톤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것은 2011년 8월 케냐 뭄바사에서 열린 국내 대회. 이 대회에서 2시간13분1초로 우승한 그는 그해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9분23초로 우승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여타 대회는 나가지 않고 오직 서울과 경주의 동아마라톤대회만 9번 뛰어 모두 7번 우승했으며 2016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당시 세계랭킹 8위인 2시간5분13초를 기록, 국제마라톤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오주한은 ‘오직 한국을 위해 뛴다’는 의미의 한국 이름(吳走韓)으로 개명, 청양 오씨의 시조가 됐으며 우여곡절 끝에 2018년 어렵사리 한국 귀화의 꿈을 이뤘다.
손기정기념관에서 도쿄올림픽 우승 다짐
그는 지난 10월 도쿄올림픽 참가기준기록을 돌파, 사실상 국가대표 자격을 확정 지은 뒤 서울 중구 만리동 옛 양정고 터에 있는 ‘마라톤 성지’ 손기정기념관을 방문,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1위로 골인하는 손기정의 사진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도쿄올림픽에서의 우승을 다짐했다. 하지만 오주한의 가장 큰 문제는 2018년 귀화 직후 얻은 아킬레스건 부상이다. 그가 2018년 가을 경주국제마라톤과 2019년 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부진했던 이유다. 사실 지난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도 그는 2시간 5, 6분대를 뛸 수 있었으나 부상을 우려해 스피드를 늦추었다. 그 결과 2시간11분30초의 올림픽 참가기준기록을 안전하게 통과하며 2시간8분21초로 2위를 기록했다. 그의 후견인인 오창석 감독(58·백석대 교수)은 “당시 2시간 6분대 기록으로 우승도 가능했으나 부상 재발이 걱정돼 무리하지 말도록 전략을 짰다”며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부상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주한의 올림픽 우승 가능성을 50%로 전망한 오 감독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케냐에서 강도 높은 동계훈련을 소화한 뒤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우승보다는 컨디션 점검에 주력할 것이며 4월부터 7월까지 케냐에서 최종훈련을 마무리한 뒤 결전장 홋카이도에 입성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역술가도 오주한이 2020년 대박 친다”고 장담
오 감독은 마지막으로 “지난해(2019년) 1월 충남 부여의 한 역술가가 오주한이 ‘올해는 우승을 못 하지만 내년(2020년)에는 대박을 칠 것’이란 점괘를 냈는데 정말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선 중도 포기하고 10월 전국체전 1만m 경기와 경주국제마라톤에서는 2위에 그쳤다”면서 “올 경자년에는 반드시 경사가 날 것”이라고 도쿄올림픽에서의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