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정지’ 배재준도 ‘KBO 징계’보다 구단 징계가 더 무거웠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연초 야구팬들을 실망 시킨 LG트윈스 우완투수 배재준(26)이 결국 올 시즌 마운드에 서기 힘들게 됐다. 배재준도 엄격한 구단 자체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LG는 지난 31일 저녁 주취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배재준에 무기한 선수자격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렸다.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상벌위원회를 통해 배재준에 40경기 출장 정지에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배재준은 지난해 12월말 술에 취해 여자친구와 길거리에서 다투던 중 이를 말리던 시민의 얼굴을 수차례 가격해 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후 피해자와 합의를 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지만, 사건의 파장은 컸다.

↑ 폭행을 휘둘러 무기한 선수자격정지 징계를 받게 된 LG 배재준. 사진=MK스포츠 DB

결국 출장정지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이미 폭력을 휘둘렀다는 소식에 KBO는 징계 수위를 고심했다. 상벌위원회는 출장 정지 징계를 내리면서 비록 사안이 당사자 간 합의로 종결 처리되었다고 하나 폭력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으며, KBO리그가 지향하는 클린베이스볼에 위배되는 행위로 프로야구의 명예를 훼손시킨 점을 징계 결정의 이유로 설명했다.
하지만 배재준은 KBO 징계와 상관없이 올 시즌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 곧바로 나온 구단 자체 징계는 선수자격 정지였기 때문이다. 구단의 징계가 해제되지 않으면 배재준 연봉도 받지 못하고, LG구단 시설에서 훈련할 수 없다. KBO 징계보다 엄한 자체 징계다.
물론 이런 결과도 충분히 예상됐다. 최근 야구계는 야구인들의 사건·사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 스포츠이기에 사건·사고도 다양했다. 그리고 사건·사고가 재발될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과 관련한 비판도 반복됐다.
특히 인기구단인 LG는 최근 들어 자체 징계 수위가 높다. 불과 1년 전 음주운전을 저지른 윤대영(26)의 경우도 그렇다. 윤대영은 호주 1차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2차 오키나와 캠프 명단에서 제외되자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그리고 LG는 바로 임의탈퇴 처분을 내렸다. 이후 KBO가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임의탈퇴는 무조건 1년 동안은 적용된다. 다만 무기한 선수자격정지는 기한이 한정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임의탈퇴와 같지만, 1년 내에라도 징계가 해제될 수 있다. 가까운 예로는 지난해 구단과의 마찰로 선수자격정지 징계를 받고 8월말 징계가 해제된 한화 이글스 이용규(35)가 있다.
어쨌든 배재준의 징계가 1년 내로 풀릴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LG구단은 KBO 징계인 40경기 출장 정지가 지난 시점부터 구단 자체 징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윤대영 배재준은 KBO징계보다 구단 징계가 엄했다. 이는 선수들의 사건·사고에 야구팬들의 피로감이 급증됐고, 최근 야구 인기 하락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LG 뿐만 아니라 타구단들도 소속 선수에게 자체 징계를 내리는 경우 KBO 징계보다 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퇴를 선언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등 아예 복귀 가능성이 차단된 경우도 있다.
배재준의 사례로 프로야구계에는 사건·사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길 기대하는 눈치다. 한 관계자는 “왜 선수들에게만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팬들에게 인기를 받고, 부를 얻는 선수들의 책임감은 높아져야 하는 게 맞다. 사고를 치면 이제 패가망신한다고 생각들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