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에 빠진 일본 독자들 "처음 읽었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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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陸聆퓽사진=연합뉴스 |
"처음 읽었을 때는 빨려 들어가는 느낌의 무서움이 있었다. 두번째 읽을 때는 조금 마음이 안정됐고,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소설가 한강(46)의 '채식주의자'가 세계적인 권위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17일 일본 도쿄의 책방거리 간다진보초(神田神保町)에 위치한 한국 서적 전문 북카페 '책거리'.
오후 7시께부터 1시간 30여분간 열린 '채식주의자' 독서회에 참석한 독자 14명 중 한 명인 50대 회사원 다키자와 씨(여)는 책을 두 번 읽었다며 기자에게 이같이 감상을 밝혔습니다.
그는 "별점을 주자면 '5개 짜리'인 완벽한 작품"이라며 "끝까지 읽은 뒤 이야기가 더 이어지지 않는 줄 알면서도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될까'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한국 소설 고정 독자층이 얕은 일본에서도 2011년 일본어판으로 출판됐습니다.
일본의 한국 관련 서적 전문 출판사 '쿠온' 김승복 사장이 현재까지 14권을 낸 한국 소설 릴레이 출판 기획을 시작하면서 '1번 타자'로 내세운 것이 바로 '채식주의자'였습니다.
작품이 맨부커상을 받든 못받든 수상자 발표일인 17일 독서회를 하기로 약속했던 다키자와 씨 등 독자들은 이날 흥분된 표정으로 자신이 만난 '채식주의자'와 '한강'을 돌아가며 이야기했습니다.
"(보편적 주제인) 삶과 죽음을 테마로 했기에 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내용", "한국 문학을 잘 몰라도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 "일본인이 썼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다"는 등 작품의 '보편성'에 공감한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참석자는 "무엇보다 무서웠다"며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한 무서움이었다"고 독특한 감상평을 했습니다. 그는 "이창동 감독 영화를 보면 관객 입장에서 보다가 어느 순간 카메라가 나를 향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채식주의자가 그런 느낌이었다"며 "'카메라'(작가의 시선)가 내 쪽으로 돌아선 순간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습니다.
한 남성 독자는 "젊은 여성 작가가 어디서 어떻게 취재했을까 싶을 정도였다"며 소설 속에 등장한 남성 심리 묘사가 치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한강 작가를 직접 만나봤다는 한 독자는 "정말 소녀 같은 사람"이라며 "목소리는 무척 작고, 검소한 모습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그런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사물을 도려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길래 저런 글쓰기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섬세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채식주의자' 일본어판을 낸 김승복 사장은 "소설의 질, 문장력, 구성, 등장인물의 캐릭터 등이 완벽하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이었다"며 "이런 소설을 만나는 것이 어렵기에 일본의 독자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채식주의자' 일본어판은 출판사 쿠온의 '대표작'이다. 일본내 한국소설 독자층이 워낙 얕은 가운데 그리 많은 부수가 팔렸다고 할 순 없지만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신문들에 서평이 실릴 정도로 평가를 받았다고 김 사장은 전했습니다.
김 사장은 "일본어판 표지는 한국어 원작과 다른 양파 그림으로 했는데 한강 작가가 한국어 원작과 같은 표지 그림을 쓰길 원했다"며 "시간과 비용 등에 어려움이 많아 디자인을 완전히 바꾸긴 어렵다고 작가
김 사장은 맨부커상 수상이 결정된 뒤 채식주의자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책을 더 찍어낼 예정이라고 소개한 뒤 "내년 봄에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일본어판을 펴낼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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