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이 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파운드화와 엔화값 급락으로 외환시장이 일대 패닉에 빠졌고 아시아 증시와 유가 등 원자재값이 추락했다.
24일(한국시간)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10% 가까이 폭락하면서 EU 탈출에 따른 영국 경제 위기의 서막을 알렸다. 이날 정오 기준으로 파운드화 가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9.57% 추락한 파운드당 1.3467달러까지 떨어졌다. 파운드화 환율이 1.35 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하루 변동폭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8월 당시의 6.52%를 깨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도 브렉시트의 충격을 비켜가지 못했다. 달러당 엔화값은 이날 장중 99엔대까지 폭등하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일본 정부가 100엔선을 지키기 위해 외환시장에 긴급 개입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 재무성 관계자는 시장 개입여부에 대해 “노 코멘트”라며 밝혀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아소 다로 경제부총리 겸 재무상은 오후 1시15분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경제에 미치는 리스크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외환시장 동향에 대해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필요하면 확실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소 경제부총리는 외환시장 유동성 확보와 관련해 “일본은행(BOJ)이 통화 스왑 등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BOJ는 시장 혼란이 격화되면 다음달 28일과 29일로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까지 기다리지 않고, 임시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11시43분께 기록한 달러당 엔화값 99.02엔은 2013년 11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의 EU 잔류 전망이 제기된 아침까지만 해도 엔화값은 106엔대에서 움직였지만 브렉시트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안전자산인 엔화로 자금이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브렉시트 개표와 개장 시간이 겹친 아시아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엔화값이 한 때 99엔대까지 진입하자 상장기업 실적 악화 공포가 커지면서 닛케이지수는 바닥없이 추락했다. 이날 장중 닛케이 지수는 무려 8% 폭락하며 1만5000선을 밑돌기도 했다. 도요타 혼다 등 자동차와 히타치 NEC 등 유럽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을 포함해 도쿄 1부에서만 무려 630여개 주식이 연중 최저가로 폭락했다.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코스피는 76.94포인트(3.87%) 급락한 1909.77을 기록했다. 12시 49분경 코스피는 1893까지 하락하며 장중 19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코스닥은 장중 7%까지 하락하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닥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2월12일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한편 현지시간 23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한국시간 23일 오후 3시부터 24일 오전 6시까지) 영국 전역에서 실시된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는 영국의 등록 유권자 4650만명 중 72%가 투표에 나섰다.
개표센터 382곳 중 342곳, 투표 수 89%(한국시간 24일 오후 1시25분 현재)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탈퇴가 51.9%로 잔류 48.1%에 3.8%포인트 앞섰다. 이같은 추세로 개표가 최종 마감되면 영국은 1973년 E
대표적인 브렉시트 찬성 인사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당수는 본인의 트위터에 “독립한 영국의 새벽이 다가오고 있다는 꿈을 감히 꾸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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