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진실공방이 난무했던 1차 TV토론회에 비해 성추문으로 얼룩진 9일 저녁(현지시간) 2차 토론회에서는 현지언론의 ‘팩트체킹(Fact-checking)’ 열기도 다소 잠잠한 분위기다.주요 언론들은 이번에도 트럼프의 거짓발언들을 파헤치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는 다시 한 번 토론 곳곳에서 헛점을 드러냈지만,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치부를 꼬집는 부문에서는 대체로 사실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우선 힐러리의 국무장관 시절을 깎아내리기 위한 트럼프의 공격은 상당수 거짓으로 드러났다. 트럼프는 힐러리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이른바 ‘금지선(Red-line)’발언 책임을 추궁했다. 그러나 이는 힐러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일이다. 금지선 사건은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민간인에 대해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무력으로 응징할 것이며 이는 넘어서는 안되는 금지선(red-line)”이라 공언한 것을 뒤엎고, 이후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하지 않아 비판을 받은 일이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권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것인데,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이 밝혀진 시점은 이미 국무장관이 현임 존 케리로 교체된 후다. 트럼프는 “힐러리는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대사(2012년 벵가지 테러로 사망)의 600여건의 요청을 무시하는 대신 언론인인 시드니 블루멘탈과만 의견을 나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티븐스 대사는 리비아의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청을 국무부로 보낸 적은 있지만, 힐러리에게 직접 보고를 올렸다는 증거는 없다.
반면 클린턴 부부의 성 관련 추문을 들춰내는 데는 어느정도 성공한 모습이다. 트럼프는 “빌 클린턴이 강간, 성희롱 등의 혐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이다. 빌 클린턴은 1978년 아칸소 양로원에서 강간한 혐의, 1991년 아칸소 주지사 재임시절 성추행 혐의로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트럼프 “ 빌클린턴은 성추행 벌금으로 85만달러를 냈다” 고 했는데 이는 벌금이 아닌 합의금이었다. 트럼프는 또한 “힐러리는 아칸소 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1975년 12세 소녀를 성폭행한 남성을 변론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클린턴의 자서전에도 나와있는 부분으로 많은 언론이 사실로 전했다. 다만 빌 클린턴 성추문 사례들은 ‘트럼프가 여성의 의사를 무시하고 키스하고 더듬기를 일삼았다’는 비판과 함께 토론에 등장했는데, 트럼프의 추행 역시 많은 여성들의 증언에 의해 사실로 확인됐다.
트럼프는 “시리아와 같은 곳들에서 매년 수십만명이 미국으로 건너오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도 못한채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는 거짓이다. 올해 오바마 행정부는 약 1만3000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으며, 내년들어서야 전세계 약 11만명의 난민을 엄격한 신원조회를 거쳐 받아들이는 정책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 국내상황에 대해서도 후보자들과 언론간 날선 진실대결이 있었다. 트럼프는 “우리는 세금이 너무 높다. 거의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2014년 자료에서는 미국인의 세 부담이 선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트럼프는 14명이 사망한 2015년 12월 샌버너디노 총기난사를 언급하면서 “많은 사람이 범인 2명이 사는 아파트 이곳저곳에서 폭탄을 보았다”고 말했다.다수 언론은 트럼프의 이날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도했다. 힐러리는 “나는 많은 취약계층(아동, 청소노동자 등)이 의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힐러리의 업적으로 평가 받는 부분으로 사실이다.
러시아·중동 이슈에 관해서도 힐러리가 승리했다는 평가다. 힐러리가 “러시아는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해킹 등) 전례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해킹이 있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이 부문에 대해 “관련된 수많은 기사가 있다”며 “트럼프는 신문을 구독할 필요가 있다”라며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클린턴은 “많은 테러리스트의 선전물을 보면, 무슬림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이 전투원 모집에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이다. 트럼프가 무슬림에 대해 발언하는 장면은 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선전물에 다수 등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얄사바브’가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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