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과 부패로 남미 좌파 정권이 잇따라 몰락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치러진 에콰도르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 집권여당 후보가 승리, 남미대륙의 우경화 트렌드에 제동이 걸렸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오후 개표율이 99%를 넘어선 가운데 좌파 집권여당인 국가연합당(알리안사 파이스)의 레닌 모레노(64) 후보가 51.17%를 득표해 48.83%를 얻은 우파 야당 기회창조당(CREO)의 기예르모 라소(61) 후보를 누른 것으로 집계했다.
2007∼2013년 부통령으로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과 함께 일한 모레노 당선인은 1998년 강도의 총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 정치인이다. 장애인 분야 유엔 특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코레아 대통령이 추진해온 빈곤 퇴치 등 사회복지정책을 승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장애인·미혼모·고령층에 대한 우대 정책과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부양, 일자리 창출, 어린이 영양실조 퇴치 등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제사회는 2015년 말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핑크 타이드'(온건 사회주의 물결) 퇴조 현상이 에콰도르 대선에서도 이어질지에 관심을 보여 왔다.
남미 좌파는 2015년 초만 해도 남미 대륙 12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국을 장악했을 정도로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경제난이 닥치자 그해 11월 아르헨티나 대선과 2016년 6월 페루 대선에서 잇따라 우파에게 패배했고, 8월에는 브라질 호세프마저 탄핵당해 쫓겨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에콰도르 대선 승리로 모처럼 건재를 과시할 수 있게 됐다.
결선투표에서 패배한 라소 후보는 선거부정을 주장하며 재검표를 요구했다. 라소 후보의 지지자들은 수도 키토에 있는 선관위 본부와 그의 고향인 과야킬의 선관위 앞에 집결해 공정한 개표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선관위는 "단 한 표의 개표 부정도 없었다"재검표 주장을 일축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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