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반이민정책을 강화하면서 세계의 난민과 이민자들이 남미의 칠레로 몰려들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주로 아이티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이민 문턱을 높이는 미국 대신 칠레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티는 2010년 대지진과 지난해 여름 태풍 피해로 사실상 국가 기능이 붕괴된 상태다. 베네수엘라 역시 국가 경제가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나라를 탈출하려는 국민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칠레로 입국한 아이티인은 10만5000명으로, 2016년 4만9000명에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2013년 2000여 명 수준에서 압도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 출신 입국자수도 수만 명에 이른다. 로드리고 산도발 전 칠레 이민국장은 "단기간 내 이렇게 이민이 급증한 사례는 칠레 역사에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이 이민과 난민에 대한 장벽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칠레가 이민과 난민자들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칠레정부와 국민이 이민자에 대해 개방적인 이유는 급속한 고령화 때문이다. 칠레 국민의 예상 평균 수명은 80.5세로 세계 28위 수준이다. 은퇴자 1명당 노동인구 비율은 2000년 7.6명에서 2030년 3.6으로 급속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소속 호세 라몬 발렌테 이코노미스트는 "노동력 수입이 인구학적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대체로 이민자들을 환대하자는 분위기가 사회에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5월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하는가'에 그렇다고 응답한 칠레 국민은 40%로, 2003년 63%에 비해 확연히 떨어졌다. 또 응답자 3명 중 2명은 '이민자들이 칠레인들보다 노동 의욕이 높다'고 답했다. 친절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국민적 기질도 개방적 정책에 한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