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주인공 조던 벨포트(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주식 투자를 권유한다. 주식중개인 벨포트가 추천한 회사는 동네 헛간에서 레이더 감지기를 개발하고 있는 형제가 운영하는 영세 벤처기업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이름 없는 코스닥 동전주 정도 종목이었다.
벨포트가 이런 잡주 판매에 열을 올린 건 중개수수료가 무려 50%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잡주 투자로 고객이 손실을 보건 말건, 자신의 탐욕을 위해 고위험 상품에 투자를 권유한 것이다.
이 같은 악덕 주식중개인은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벨포트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나 영업직원 중에선 자신의 수수료 수입을 목적으로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관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고객 자산의 안정적 증식을 위해 고민하는 PB도 상당수인 만큼 '늑대 같은 PB'를 가려내고 믿을 만한 PB에게 자산관리를 맡기는 게 자산 증식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매일경제신문은 일선 증권사 PB들과 영업직원, 투자자문사 관계자들에게 '나쁜 PB 감별법'을 문의했다. 이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무분별한 고위험 상품 판매 △잦은 환매와 재투자 권유 △증권사 직원이 직접 주식 매매를 대신해주는 경우 일단 나쁜 PB로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으로 압축됐다.
우선 경제 상황과 전혀 상반된 투자 상품을 권유하는 PB는 경계 대상 1호다. 작년 하반기 신흥국 위기설 당시 신흥국 국채 판매에 나섰던 일부 대형 증권사 PB들이 대표적 사례다. 모 대형 증권사 압구정지점에 근무 중인 A씨는 "작년 하반기에 지점장이 '고객들에게 브라질 채권 투자를 독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당시 브라질 채권은 신흥국 금융위기설과 헤알화 가치 급락으로 투자 위험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왜 이 지점장은 남미 국가 재정위기설이 돌던 시기에 브라질 채권 마케팅을 지시했을까. A씨는 "일반 채권 상품의 경우 증권사 판매수수료가 0.3% 수준인 데 반해 브라질 채권은 2~3%에 이를 정도로 판매보수가 높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투자 상품에 대해 자주 환매와 재투자를 권하는 경우도 의심해 봐야 한다. 일선 증권사 영업직원은 고객을 투자자문사와 연결해주는데, 이 경우 자문사에서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일정 수준의 위탁매매수수료가 증권사 몫으로 떨어진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5억원 정도를 주식 투자하는 고객이 7% 수익이 난 상황에서 차익을 실현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며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같은 금액을 우리 회사에 맡겨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중간에 증권사 PB 농간이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가치투자 전략을 표방하는 자문사가 늘자 일부 악덕 PB들이 투자자들을 설득해 고의로 환매와 재투자를 유도하는 식으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얘기다. 가치투자 전략의 경우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매매가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중개 역할을 맡은 증권사 입장에선 먹을 게 별로 없다. 이렇게 환매와 재투자를 반복하는 경우 투자자 입장에선 달라질 게 없는데도 매도와 재투자 과정에서 각각 0.15~0.3% 수수료를 PB에게 지급하는 것은 물론, 0.3%에 이르는 거래세도 내게 돼 사실상 손해를 보게 된다.
주식 트레이딩 전문가가 아닌 PB가 직접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증권사 직원들이면 모두 주식 매매 전문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증권사 PB들은 엄밀히 말해 영업직이다. 주식 매매는 전문가인 투자자문사에 맡겨야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고객 돈을 투자자문사에 중개해줄 경우 PB가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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