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골드만삭스를 인수주간사로 선정하고 디패스 경영권 인수를 위한 막바지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신라면세점 등을 통해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판매 규모 세계 7위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말부터 이번 인수를 추진해 왔다. 디패스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베니 클리파시 회장이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해 호텔신라 측과 미팅을 하는 등 양자 모두 거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는 이르면 이달 중순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플로리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디패스는 1987년 설립된 세계 1위 기내 면세점으로 연매출은 5억달러(약 5500억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메리카에어라인, 에어캐나다, 싱가포르에어라인, 홍콩에어라인 등 전 세계 30여 개 항공사와 제휴를 맺고 면세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미주 지역에 40여 개 소규모 면세점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이탈리아 면세업체로 세계 6위인 월드듀티프리가 M&A 매물로 등장해 스위스 듀프리, 프랑스 LS트래블리테일 등과 함께 국내 롯데면세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천공항·제주·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면세점 신규 입점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내 면세점은 공항 면세점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전체 면세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이라며 “향후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호텔신라가 디패스를 인수할 경우 국내 및 아시아권에만 머물러 있던 수익기반을 해외로 넓힐 수 있다.
현재 호텔신라의 면세점 사업부문인 신라면세점은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이어 마카오국제공항의 면세사업권을 따내면서 아시아권으로 영역을 넓혀 왔지만 해외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김윤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부터 해외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해외 매출 비중은 15%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M&A가 성사되면 글로벌 순위에서 신라면세점보다 한 단계 위인 이탈리아의 월드듀티프리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게 된다. 신라면세점 매출 규모는 2013년 19억달러(약 2조864억원)로 월
롯데면세점과의 경쟁 구도도 관심거리다. 신라면세점 매출은 현재 롯데면세점(3조1640억원)보다 1조원가량 뒤지는 상황이다. 두 회사는 연매출 20억달러에 이르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우람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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