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월 17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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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지주회사인 (주)한화가 공모 시장을 피해 사모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했다. 최근 대기업 계열회사들이 잇따라 저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사모 시장에서 3% 넘는 금리를 주고 사모채를 찍었다.
17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주)한화는 최근 3년 만기 130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번 (주)한화 사모채 신용등급은 'A'급이다. 아이엠투자증권이 주간사를 맡아 사모채 거래를 진행했다.
사모채는 기업이 특정 투자자를 상대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감독당국에 증권신고서(회사채 신고서)를 제출할 의무 없이 간단한 절차를 통해 발행할 수 있다. 발행금리는 공모 회사채보다 높은 편이다.
이번 (주)한화 회사채 발행금리는 3.21%로, 시장에서 발행되는 다른 A급 회사채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보였다. 최근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발행되는 A급 회사채 금리는 대부분 2%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화와 같은 신용등급을 가진 가온전선(A급)은 3년물을 2.698%에 발행했다. CJ프레시웨이(A급)도 7년물 700억원 회사채를 2.678%에 찍었다.
최근 시장에는 신규 채권 공급량이 줄어 기관들 인수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이 높을수록 낮은 금리(채권값 상승)로 조달할 수 있어 대기업들은 사모보다는 최근 공모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주)한화가 사모채를 시도하는 것은 공모채 흥행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이른바 '삼성-한화 빅딜' 이후 투자금융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재무적인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화그룹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는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최근 분위기에서는 기관들 자금을 끌어들여 공모채를 발행하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올해 한화그룹 계열회사들이 전반적으로 회사채 시장에서는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계열회사인 한화케미칼은 (주)한화 신용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A+급으로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수요예측에서 모집 예정금액 1000억원 가운데 830억원만 수요를 채우는 데 그쳤다. 매각되지 않은 170억원은 주간 증권사가 떠안았다.
(주)한화는 이번 사모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운영자금과 차환(만기 도래한 회사채를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갚는 것)용 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화가 이 자금을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 인수대금으로 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등 삼성그룹 계열회사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오는 7월 중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인수를 마치고 1차 대금을 지급한다. 이중 (주)한화는 삼성테크윈 지분을 약 8400억원에 단독으로 인수한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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