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을 분석한 보고서 일부다. 전문성 없이는 쓰기 힘들어 보이는 이 보고서를 작성한 신재훈 연구원(애널리스트)은 셀트리온과 SK케미칼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그는 “직접 백신까지 판매해본 경험이 새로운 의약품이 나왔을 때 시장성이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바이오·제약 등 헬스케어 업종이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약학이나 생명공학 등 관련 전공자나 현업 출신의 전문성을 가진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이 늘어 주목된다. 애널리스트는 보통 경영·경제학 등 상경계열 출신이 대부분었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바이오주에 대한 심층분석 수요가 늘면서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6월 제약·바이오 업종 담당자로 구완성 연구원을 영입했다. 구 연구원은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5월까지 4년 반 동안 동아에스티 제품개발연구소와 모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 일한 현업 전문가 출신이다.
SK증권도 지난 4월 바이오·헬스케어 업종 담당으로 노경철 연구원 영입했다. 노 연구원은 서울대 유전공학 석사 출신으로 같은 대학의 유전공학연구소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코리아바이오허브센터 등을 두루 거친 바이오 분야 전문가다.
미래에셋증권과 KB투자증권에서 8년간 에너지·화학 업종을 담당했던 박재철 연구원은 지난 8월 친정인 미래에셋증권의 제약·바이오 담당으로 복귀했다. 연세대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그는 증권사 리서치에서 처음엔 에너지·화학을 맡았지만 올해부터 제약·바이오를 맡으면서 전공을 살리게 됐다. 증시의 트렌드 변화가 반영된 셈이다.
박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은 기술적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이 많아 전공을 하지 않으면 기업분석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10월 말 작성한 ‘제약·바이오 이익증가 가시성이 높은 기업 찾기’ 보고서는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최근 한달 최다 조회(3270회) 리포트로 꼽혔다. 그만큼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2월 이베스트투자증권에 합류한 신재훈 연구원은 전공(경제학)은 바이오와 관련 없지만 셀트리온과 SK케미칼 등 국내 대표 바이오 및 제약회사 2곳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었다. 그는 “제약은 무엇보다 세일즈(판매)가 중요한데 현장 경험 덕분에 병원과 의사들의 수요를 예측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바이오 관련 전공자나 현업 출신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고도의 전문성 없이는 분석보고서를 내거나 설명회를 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바이오·제약 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 명단 상위권은 이미 현업 출신들이 석권하고 있다. 매경이코노미가 올해초 선정한 2014년 제약·바이오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를 차지한 이승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대 약학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동아제약 연구기획팀에서 일하다 2009년 증권업계로 옮겨왔다. 2위를 차지한 김현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관련 전공(경영학)은 아니지만 코스닥 제약기업 휴온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올해 주식시장을 달군 제약·바이오주의 시장 내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41조3500억원에 불과했던 제약·바이오 업종 시총은 지난 25일 종가 기준
[최재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