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당초 올해 상반기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 8월 상장 주관사로 골드만삭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했지만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두 기업 모두 그동안 코스피·코스닥과 미국 나스닥 등을 두고 최종 목적지를 조율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 상황에서 자금조달에 유가증권시장이 최적이라는 선택을 내렸다. 이를 통해 검토 중인 4~5공장 추가 증설에 대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대 증권시장인 미국 나스닥 시장을 주시하며 상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달리 시판을 시작한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필요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상장을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다. 세계 10조원 시장 규모를 가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베네팔리(SB4)’의 판매가 31개 국가에서 허용된 상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바이오 기업들이 높게 평가되고 있었고 바이오에피스도 글로벌 사업자로서 큰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상장을 추진했다”며 “하지만 바이오 관련 주가가 상당히 많이 빠지면서 현재 시장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미국 대선 이슈로 ‘약값 인하’가 부각되면서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바이오기업들이 저평가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 상장을 고집한다면 실제 상장은 대선이 끝나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 투심 회복세를 보고 결정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21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 힐러리 클린턴은 트위터를 통해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약값이 폭리를 취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제약사 튜링이 전염병 치료제인 ‘다라프림’의 약값을 하루만에 50배 올려 폭리를 취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같은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바이오기술주 지수(NBI)는 전거래일 대비 3732.67에서 장중 5%에 가까이 급락하다 3568.25로 장을 끝냈다.
이후 NBI지수는 지속 하락해 이달 28일(현지시간) 19.2% 감소한 2880.23를 기록했다. 같은기간 나스닥 지수와 0.4% 감소했고 S&P500 지수는 5.5%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NBI지수 낙폭은 매우 크다.
실제 나스닥에 상장 중인 바이오시밀러 제약사 ‘에피루스(Epirus)’의 주가는 지난해 9월21일 6.33달러에서 이달 28일 3.10달러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또 다른 바이오시밀러 제약사 ‘코헤러스(Coherus)’의 주가는 27.01달러에서 19.25달러로 28.7% 급락했다.
미국 현지 투자운용사 관계자도 최근 국내 행사에서 미국 헬스케어주 성장에 대해 강조하면서 바이오시밀러와 관련해서는 우려하는 모습이다.
프랭크 카루소 AB자산운용 미국 성장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정치권이 복제약 시장 전반에 걸친 가격 상승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복제약의 일종인 바이오시밀러 역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가 원약과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 저렴하지만, 비싼 원약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측정돼 정치권으로부터 애꿎은 공격을 당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 나스닥 시장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공모와 향후 자금조달에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나스닥에서 바이오 기업들이 받는 평가가 우리나라보다 낮아 자금조달에서도 국내 시장이 더 유리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결정한것도 같은 이유 일 것”이라며 “삼성이라는 브랜드 네이밍으로 투자 인지도도 높아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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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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