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5개 조선·해운사(대우조선·한진중공업·현대상선·한진해운·창명해운)의 은행권 여신은 26조2339억원에 달한다. 또 신용등급이 BB+급 안팎의 8개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장금상선·SK해운·폴라리스쉬핑·광양선박)의 은행권 여신도 42조2850억원에 달해 이들 조선·해운사의 총 여신규모는 68조5188억원이다.
이 가운데 48조2039억원이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에 분포해 있으나 나머지 16조원은 시중은행에서 부담해야 한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5조2185억원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전체 여신 가운데 5대 취약업종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KEB하나은행 11.6%로 가장 높다. 그 뒤를 우리은행 10.5%, 신한은행 10.2%, KB국민은행 7.9% 순이다. 부산은행(19.6%)을 비롯한 대구은행(13.2%), 광주은행(10.7%) 등 지방은행도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조선·해운업종 5곳에 대한 시중은행 충담금 부담은 2조~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조선·해운사에 대한 여신도 42조2850억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들은 8000억~1조2000억원의 추가 충담금 부담이 더 생길 수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할 충담금 규모는 3조9000억~9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달 우리은행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고, 신한은행과 전북은행 등 6개 은행의 등급 전망을 잇따라 내린 바 있다.
무디스는 한국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는 정책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정책적 대응 등이 은행권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 글로벌 수요 하락 등에 따른 한국 기업 부문의 부진도 은행권의 자산건전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소피아 리 무디스 부사장은 “기존의 ‘안정적’ 전망에도 어느 정도의 수익성 악화와 자산건전성 압박이 일부 반영됐다”면서 “한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은행권의 영업환경도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조선·해운·철강·건설·석유화학 등 5대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이 연내 마무리되지 않으면 부실채권 부담이 커져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우리은행을 비롯한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이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앞으로 대규모 기업 구조조
그는 이어 “과거에는 시중은행의 익스포저 비중이 40%정도에 달했으나 지금은 10%대에 그친다”면서 “하지만 향후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 한국은행에서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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