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국거래소가 인도네시아에서 개최한 한국 증시 상장 설명회에 참석한 박씨는 눈이 번쩍 뜨였다. 한국 증시에 상장할 경우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려웠던 자금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상장을 시작하려니 세제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한국에 지사를 내고 상장하면 한국 거주자로 분류돼 별도로 소득세를 내야 할지 모른다는 염려가 컸다.
한상기업들의 국내 상장이 까다로운 국내 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등이 잇달아 개정되면서 코스피행을 꿈꾸던 한상기업들의 문의조차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가장 큰 부담은 지난해 초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이다. 지난해 국내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대한 판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해외에 거주하는 한상(비거주자)이라 하더라도 2년간 국내 체류기간이 183일이 넘으면 국내에 거주하는 것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한다.
상장 절차를 진행하면서 한국에 자주 드나들었다가는 국내 거주자로 등록돼 뜻밖의 '세금 덤터기'를 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외국 법인이 국내에 상장하려면 국내에서 대표주간사를 선정하고 정관 및 내부통제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상장 준비 절차에만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상장심사를 받기 위한 경영진 면담 등을 진행하다 보면 이 과정에서 1년에 최소 3개월, 즉 2년간 183일을 넘게 체류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 법인의 국내 특수목적회사(SPC) 상장 때 양도세 이연 혜택이 사라졌다는 점도 한상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국내 법인의 해외 현지법인이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을 추진할 경우 국내에 외국기업지배지주회사라는 SPC를 설립해 여기에 현물출자를 통해 상장을 시도한다. 하지만 지난 연말 법인세법이 개정되면서 현물출자로 승계하는 사업부문이 독립된 사업 지주회사여야만 현물출자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를 이연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지주회사가 설립되면 바로 그해에 세금을 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이처럼 까다로운 세제가 한상기업의 국내 상장에 걸림돌로 작용하자 세제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내용을 최근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거래소는 지난 5월 국내 대형 A회계법인에 한상기업 과세 개선에 관한 연구용역을 맡기고 이를 토대로 건의안을 만들었다.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영국거주심사제'를 통해 비거주자라 하더라도 소득세를 내야 하는지를 세제 당국이 명확히 판단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우리나라 국세청도 영국식 심사제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기재부 세제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