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의 옹색한 변명
↑ 국민연금이 최근 중소형주를 매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지난달 23일 배포한 해명 보도자료. [김호영 기자] |
국민연금 측은 최근 시장에서 중소형주를 매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지난달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3월 이후 6개월간 중소형주를 1조원 이상 매수했다"며 "최근 중소형주 매도 물량을 국민연금 매매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7일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 들어 3년 만에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소형주와 중소기업들이 포진한 코스닥시장에서 매도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국민연금은 거래소 소형주를 968억원어치, 코스닥 주식 3615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지난해 거래소 소형주를 1972억원, 코스닥 주식을 7666억원어치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취임 후 투자 전략을 개별 종목 중심(액티브·Active)에서 인덱스 중심(패시브·Passive)으로 바꾸면서 중소형주를 대거 내다팔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장하는 1조원의 순매수세는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 계열사들이 포진한 중형주에 집중됐다. 연초 이후 8월 말까지 국민연금은 거래소 중형주를 934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에 따라 상장 종목을 대형주·중형주·소형주로 나누는데 대형주는 시가총액 1위부터 100위까지, 중형주는 101위부터 300위까지이며, 301위 이하 454개 기업들은 소형주로 분류된다.
일반투자자들의 인식과 달리 중형주에는 (주)두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푸드 코오롱 코오롱인더 한화테크윈 현대로템 현대미포조선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상당수 포진돼 있어 엄밀한 의미의 중소기업이라고 보기 힘들다.
올 들어 삼성전자 네이버 등의 약진에 코스피는 7.6% 상승했지만 코스닥 지수 상승률은 1%에 그쳤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휴대폰용 스피커를 공급하는 이엠텍, 중소형 제약사 환인제약 등 올 들어 실적이 개선된 기업 가운데 연기금 매도로 주가가 하락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주 수급 악화를 예상한 다른 연기금과 운용사들도 매도 행렬에 가세했다. 2007년 이후 10년간 코스닥 시장을 순매수하던 연기금은 올 들어 처음 매도세로 돌아섰다. 지난 6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연기금 매도 규모는 443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기금은 코스닥 시장에서 7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오수현 기자 /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