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우조선해양 지원 관련해 시중은행과 '줄다리기' 시작
↑ 대우조선해양 / 사진=연합뉴스 |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모든 채권자에 대한 채무 재조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회사채 투자자를 대상으로 다음 달 17∼18일 집회를 소집한 데 이어 시중은행들과 만나 손실 분담 문제를 공식 논의합니다.
산은은 시중은행들이 이탈하는 일이 없도록 협약서를 받는다는 방침입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수출입은행과 KEB하나은행·KB국민은행 등 6개 채권은행은 오는 27일 만나 대우조선의 채무 재조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앞서 산은과 정부는 국책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도 채무 재조정에 참여해야만 대우조선에 신규자금 2조9천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추가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시중은행은 대출금(무담보채권) 7천억원의 80%인 5천600억원을 대우조선 주식으로 바꿔달라는(출자전환) 요구를 받았습니다.
출자전환에 포함되지 않는 1천400억원은 상환이 5년 유예되고 대출이자도 연 1% 내외로 낮춰줘야 합니다.
현대상선 구조조정 때 시중은행 출자전환 비율이 6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채무 재조정 강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시중은행이 채무 재조정을 거절할 경우 대우조선은 바로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을 결합한 구조조정 수단인 '프리패키지드플랜(Pre-Packaged plan·P플랜)에 들어가게 됩니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 지원 방안을 발표하기 전 시중은행들로부터 출자전환에 참여하겠다는 구두(口頭) 합의를 받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시중은행 내부적으론 대우조선 지원을 마뜩잖아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출자전환한 주식이 손실 처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조선에 1조8천억원 규모 출자전환을 했지만, 회계법인이 대우조선 지분 보유 가치를 '1원'으로 평가하는 바람에 전액 손실 처리됐습니다.
물론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고려한 주식가치 평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규자금이 들어가더라도 당분간 대우조선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출자전환에 따른 시중은행의 손실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을 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90%를 웃도는 가혹한 수준의
대규모 선수금환급보증이 실행돼 발주사에 돈을 물어주고, 출자전환 대상 여신이 지급 보증 채권까지 확대되면 은행권 손실 규모는 크게 증가합니다.
금융당국은 논의를 거친 뒤 이달 안으로 시중은행들로부터 채무 재조정에 참여한다는 협약서를 받는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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