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사상최고 / 증권·운용사 CEO 설문◆
매일경제는 4일 향후 코스피 장세를 전망하기 위해 증권사 5곳, 자산운용사 5곳의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에 참여한 10명의 CEO는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이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상장회사들의 이익이 올라 주가가 상대적으로 싸지고 연일 외국인 매수가 받쳐주는 현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요즘 장세는 2004년에 시작해 2007년까지 이어진 한국 주식시장 대세 상승기와 닮았다. 미국 경기가 상승 국면이라는 점에서다. 당시 미국은 2004년부터 금리를 완만하게 올리며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후 중국이 글로벌 공장으로 급부상하며 한국 주식시장의 조선, 해운, 철강 등 업종 주식이 큰 폭으로 뛰었다. 지금도 미국과 유럽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초입이란 점에서 비슷하다. 2004년 코스피 상장 기업 순이익은 전년도 28조6000억원에서 49조5000억원으로 깜짝 반등했다.
2004년엔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이후 국내 기관투자가가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졌다. 결국 1000선을 뚫지 못하던 코스피가 역사상 처음으로 2000을 넘어섰다.
요즘 장세도 이익이 떠받쳐주고 있다. 지난해 94조원을 기록한 코스피 순이익은 올해 많게는 120조원 안팎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모든 업종에 걸쳐 이익이 개선된다기보다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 정도만 역사적 호황기에 접어든 정도다. 기관투자가가 이끄는 장세라기보다는 외국인 투자자가 이끄는 시장이란 점도 차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언제든지 국내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요인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전무)은 "글로벌 경기가 대호황이었던 2004~2007년 같은 빅사이클이 지금 당장 올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자본시장업계 CEO들은 일제히 단기 강세장을 예측하고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코스피가 수년간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에 머문 이유는 이익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 순이익이 올해는 더 늘 것으로 보여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용배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대표도 "올해처럼 단기간 이익이 크게 느는 해에는 주식시장이 용수철처럼 튀어오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증권가 CEO가 제시하는 코스피 상단은 2350~2400선에 그치고 있다. 이날 종가(2241.24) 대비 7% 정도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지정학적 변수' '주주가치 제고' '금리 상승 속도' 등 한국 주식시장 상승 여부를 결정할 '세 가지 변수'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북핵 등 지정학적 변수를 바라보는 견해는 다소 엇갈린다.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는 "미국과 북한 간 긴장이 고조되면 지수가 압박을 받아 많이 오른 대형주 상승장이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용배 대표는 "북한 이슈는 이제 주식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상수가 됐다"며 "아예 영향이 없진 않지만 큰 물결을 돌리진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다 큰 변수는 삼성전자가 최근 자사주 54조원어치를 소각하며 파장을 던진 주주가치 제고라는 큰 그림이 얼마나 시장에 영향력을 미칠지다. 김현전 흥국자산운용 대표는 "새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비롯한 주식시장 선진화 방안을 도입하면 한국 주식시장을 낮게 평가하던 외국인 자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지난해 코스피 배당수익률은 1.72%에 그쳐 신흥국 평균인 2.64%는 물론 선진국(2.51%)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라며 "기업 지배구조가 선진화되고 주주 친화 정책이 늘어나면 코스피는 한 단계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주목해야 한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올리면 외국인 차익실현 매물이 나와 수급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반기 안에 당장 금리 이슈가 시장을 장악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긴축 속도가 가팔라져 유동성이 마르면 한국 주식시장은 타격을 입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올 하반기 이후에나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지수 3000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홍장원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