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감독원,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는 2015년 4분기 80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올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롯데와의 빅딜(대규모 사업 교환)을 통해 석유화학 부문을 매각하면서 주요 수익원이 떨어져 나간 게 악재의 시작이었다. 당시 삼성SDI 석유화학 부문은 롯데케미칼에 안겨 롯데첨단소재가 됐다.
롯데첨단소재가 삼성SDI에 남아 있었다면 작년의 대규모 적자(9263억원)를 대폭 줄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악재는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과 함께 자국 배터리 산업 보호를 위해 삼성SDI와 같은 한국 기업에 대해 보조금 중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제6차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종 목록을 공개했는데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이번 목록에서도 빠졌다.
↑ 전영현 삼성SDI 사장 |
증권사들은 지난 1분기 삼성SDI의 중대형 배터리 부문 적자를 9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 2분기에도 600억원가량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
다만 이 같은 손실 규모는 하반기로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지난달 ㎏당 2만1100원 수준으로 작년 3월보다 12.5% 하락했다. 최근 1년6개월 새 이 같은 원료 가격 하락으로 배터리 사업 수익성이 다소 높아졌다는 것이다. 중소형 배터리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이 전체 적자를 메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올해 들어 갤럭시 S8 판매 증가로 중소형 배터리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 이후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투자를 늘렸는데 이것이 고객사들의 신뢰와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형 배터리 분야는 삼성전자 내 점유율 증가와 평균 판매단가 상승으로 3분기 이후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자재료 사업에서도 꾸준히 이익이 늘 것이란 전망이다.
같은 그룹 내 삼성전자가 2021년까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50조원을 쏟아 붓기로 한 점도 호재다. 삼성SDI가 공급하는 반도체 소재와 디스플레이 편광필름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삼성SDI의 전체 영업이익은 올 2분기 소폭 흑자(10억원)에 이어 3분기 296억원, 4분기 341억원으로
최근 증권사들은 삼성SDI 주가 수준이 전기차 배터리 경쟁사 LG화학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석유화학 비중이 높은 LG화학은 올해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4배이지만 삼성SDI는 기업 청산가치와 주가 수준이 일치하는 1배 수준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