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한도 두배로 늘어난 ISA, 국민통장 위상 찾을까

문재인정부가 지난 2일 내놓은 첫 세법 개정안을 통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면서 금융권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ISA 비과세 한도가 2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두 배 늘어난 점을 집중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 수립에 나섰다. 6일 은행권은 지난해 출시 직후 미미한 비과세 한도와 저조한 수익률 때문에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ISA 비과세 한도 확대 방안이 세법 개정안에 포함되는 호재를 맞자 후속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우리은행은 ISA 비과세 한도가 두 배 늘어난 점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기 위한 이벤트 등을 준비 중이고, 신한은행은 ISA의 모바일 거래가 가능하도록 전산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ISA 중도 인출이 가능해지면서 금융회사 간 수익률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얼마든지 자금을 빼 다른 금융회사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ISA 비과세 한도가 최대 500만원으로 늘어난다. 소득에 따라 일반형 ISA 비과세 한도는 300만원, 서민형·농어민은 500만원까지다. 내년 신규 가입자는 물론 기존 가입자도 비과세 확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 의무가입 기간이 비교적 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도 인출도 자유롭게 허용된다. 많은 금융상품의 절세 혜택이 줄어들 예정인 데 반해 유일하게 ISA만 절세 혜택이 커졌다. 해외 주식형 펀드 비과세 적용 기한이 올해 말에 일몰되고, 고수익·고위험 채권형 펀드인 하이일드펀드 분리과세 적용 역시 올해가 마지막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ISA가 '국민통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한다. ISA 시즌2에도 시즌1과 마찬가지로 가입 대상이 근로·사업자 및 농어민으로 제한됐다. 이 때문에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소득확인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가입이 번거로운 점이 부담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득이 없는 19세 이상 모든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해 고령자, 주부, 학생 등 경제적 약자까지 ISA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ISA 가입기한 종료가 내년 말인 것도 한계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혜택이 결국 1년 만에 끝나는 셈이다. ISA는 지난해 3월 처음 출시됐을 때 금융권이 들썩거릴 정도로 고객 유치를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는 등 화제를 모았지만 중도 인출이 안 되고 비과세 혜택도 미미하다는 단점 때문에 초기에 반짝 인기를 끈 뒤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ISA 가입자는 지난 6월 말 현재 205만여 명으로 정부가 목표로 했던 수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 <용어 설명>
▷ ISA : 연간 200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하고 주식, 펀드, 예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가입 후 5년간 발생한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