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지(빗물저장소) 지상부 개발이 서울의 '땅 부족' 현상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유수지 내 건축물 설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관련 부서와 각 자치구 도시계획 부서에 통보했다. 유수지 위를 덮은 땅인 지상부의 체계적 개발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최근 몇 년 동안 시는 유수지 내 문화·체육시설, 공공기숙사, 임대주택 등을 건립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 설치 기준을 개정해 왔다. 하지만 현재 서울 내 유수지 52곳 중 22곳은 단순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별한 용도가 없는 유수지도 9곳에 달한다. 빗물저장소라는 특성 때문에 대부분 한강변이라는 좋은 입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장기간 '유휴 용지'로 방치돼 온 것이다. 2010년 이후 유수지 내에 새 건물을 지은 곳도 가양(문화체육시설)과 망원(체육관) 두 곳뿐이다. 구의·금호 유수지에도 개발 사업을 추진했지만 아직 완료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시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건축물 규모·배치·높이 등 유수지 개발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임대주택을 건립할 때는 기준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새 정부의 공공임대 공급 확대 기조에 맞춰 서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유수지를 임대주택 사업지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시 주택건축국 관계자는 "유수지에 임대주택을 짓는 방안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내 3만㎡ 규모가 넘는 유수지는 20곳이 넘는다. 일부 유수지 중 복개 비율(빗물저장소 위를 덮은 면적)이 낮은 곳도 있지만, 나대지가 부족한 서울시 입장에서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가이드라인은 유수지에 문화·체육시설을 건축할 경우 4층 이하로 짓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임대주택·공공기숙사는 유수지의 용도지구 기준에 따라 높이를 완화한다. 유수지는 주거·준주거·상업·공업 등 지정된 용도가 다양하다. 다만 주변 지역 경관과 건축물 높이를 고려해 과도한 높이는 지양한다.
시는 또 임대주택 조성 시 시·구 정책 실현을 위해 필요할 경우 별도 협의에 따라 활용 가능한 면적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유수지 개발은 도심 속 오픈스페이스 확보 차원에서 전체 면적의 25% 이하 땅에만 건축물을 올릴 수 있다. 현 정부와 시의 핵심 사업인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을 둔 것이다. 다만 유수지 위 한강변 공공임대 단지 조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님비(NIMBY)'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실제로 광진구 구의유수지에 공공주택(15~19층 규모)을 조성하는 사업이 주민 반대에
해외에서는 유수지 지상부 개발이 비교적 활발하다. 일본은 쓰루미강 다목적 유수지에 총 603억엔(약 6257억원)을 투자해 시민공원과 요코하마 월드컵경기장을 건설했다. 싱가포르도 물저장소 상부를 공원화해 마리나 바라지라는 관광문화시설로 재탄생시켰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