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효과에 깜짝 놀란 증권사들은 국내 1위 화학업체인 LG화학에 대한 실적 추정치를 올리느라 바빠졌고 자연스레 LG화학은 증권사별 추천 종목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17일 화학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708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종목에 대한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 수치는 지난 6월 중순만 해도 6400억원 수준이었으나 3개월 만에 10.7% 상승했다. 이에 따라 작년 3분기(4600억원)보다는 무려 54%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증권사들은 LG화학의 올 3분기 실적이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역대급 고공행진 중인 에틸렌 가격이 다소 안정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에틸렌은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화학업계 '약방의 감초'다. LG화학은 연간 에틸렌 생산 규모가 220만t에 달해 롯데케미칼(323만t)에 이은 국내 2위 생산 업체로 이 제품 가격에 따라 실적이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최대 정유·화학단지가 있는 텍사스주 멕시코만을 강타하자 LG화학은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이곳이 미국 에틸렌 생산량의 55%를 담당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작년 8월 평균 t당 1149달러였던 에틸렌 가격은 이달 평균(15일까지) 1315달러로 14.4% 높은 수준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저유가가 계속되고 있고 제품 가격은 상승해 국내 화학업체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하는 중국의 환경 규제도 LG화학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페트로차이나 정유공장 화재 사고로 최근 중국 정부는 도심에 위치한 화학공장을 2025년까지 외곽으로 이전시키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또 올해 대기 개선 목표치 달성을 위해 연말까지 화학공장 가동을 일정 수준으로 묶겠다는 계획도 나와 있다. 중국 화학업체들은 대기질 악화를 감수하고도 값싼 석탄을 활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어 가격경쟁력을 이어갔는데 이 같은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중국 업체들 가동률이 떨어진 만큼 LG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LG화학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는 석유화학 부문이지만 최근 전지(배터리) 사업도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분기 배터리 부문은 6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이익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최근 독일의 완성차업체인 폭스바겐, 벤츠, BMW가 나란히 전기차 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LG화학의 수혜가 예상된다. 폭스바겐그룹은 2030년까지 전기차 사업에 200억유로(약 27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최근 사드 보복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공급 판로를 중국 대신 유럽으로 방향 전환한 LG화학이 수혜를
전유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고부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짜여 있어 수익성이 높은 데다 전기차 수혜주라는 매력까지 있어 당분간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주가는 지난 6월 말 이후 이달 15일까지 두 달 반 만에 37.8%나 급등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