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본시장의 관심이 온통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쏠린 가운데 중소형 증권·운용사의 컬래버레이션(합작)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TB자산운용이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와 손잡고 내놓은 해외 주식형 펀드 2개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 두 펀드 모두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가 주식 분석을 맡고 운용은 KTB자산운용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액티브 펀드 중 10월 이후 한 달 새 1000억원 이상 자금이 몰린 펀드는 KTB중국1등주자펀드(1133억원)와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펀드(1284억원)가 유일하다. 뒤를 이어 해외 채권형 펀드, 해외 주식 혼합형 펀드에도 돈이 들어왔지만 유입 규모는 한 달 800억~900억원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주와 중국의 초대형주에 투자하는 두 개의 '1등주펀드' 시리즈가 펀드 시장에서 자금 유입 규모로 1등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만들어진 지 5개월밖에 안 된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 펀드는 수탁액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 5월 11일 펀드 설정 이후 5개월이 채 안 된 이달 1일 설정액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펀드는 지난달 10월 11일에 설정액 1000억원을 넘어서더니 불과 20일 만에 신규 자금 1000억원이 또 들어왔다.
2014년 1월에 나온 KTB중국1등주자펀드도 지난 9월부터 설정액이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지난달에는 1133억원이 몰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국내에서 팔린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의 판매금액이 4935억원이었으므로 그중 절반가량을 KTB자산운용의 두 펀드가 차지한 셈이다.
수익률도 만만치 않다. 5월 시작된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펀드는 지난 한 달간 3.95%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3개월 수익률 13.5%로 고공행진 중이다. KTB중국1등주자펀드는 최근 중국 주식 반등을 등에 업고 1개월 수익률 8.97%, 1년 수익률 67.1%를 기록하고 있다. 펀드 성과가 좋다 보니 4차산업1등주펀드의 목표전환형 상품(미리 설정된 가격에 도달하면 안정적인 상품 형태로 전환되는 펀드)은 설정된 지 한 달 반 만에 안정적인 채권형 상품으로 운용 전환됐다.
1등주펀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데는 KTB자산운용 김태우 대표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용준 전무의 '의기투합'이 큰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은 국내 자본시장에 1등 펀드매니저와 1등 리서치센터장을 도맡아왔던 인물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KTB자산운용으로 옮기기 전까지 20년간 펀드 투자자라면 누구나 알 만한 초대형 펀드를 운용해왔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한국역외펀드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컸던 피델리티코리아펀드나 2000년대 초반 주식형 펀드 광풍을 일으켰던 디스커버리펀드가 모두 그가 운용했던 작품들이다. 조선·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로 출발한 조 전무는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시절부터 현재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까지 매년 베스트 리서치하우스 자리를 놓쳐 본 적이 없다. 덕분에 은퇴가 빠른 증권업계에서 리서치센터장만 12년째 맡고 있는 베테랑이다.
15년 전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로 만난 이들은 지난해부터 '1등주펀드'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승자독식 경제가 심화되는데 둘이 합심해서 1등주만 찾아 투자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게 첫 아이디어였다.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지자 펀드 수익률도 날개를 달았다. 두 사람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만나 주식 분석 토론시간을 가질 정도다.
KTB운용도 계열 증권사가 있고 하나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