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또 옥죄기 ◆
이번에 비중이 50%로 대폭 확대된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은 2003년 제도 도입 당시는 평가 비중이 45%였다. 그러나 3년 뒤인 참여정부 말 비중이 이번과 같은 수준인 50%까지 늘어났다.
당시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중과 등 각종 규제에도 재건축 가격이 뜀박질을 계속하자 규제를 강화했던 것이다. 안전진단 기준 강화 직후 당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잠실5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은 거래가 끊어지면서 매매가격도 한두 달 새 수억 원씩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가 겉으로는 '사회적 자원 낭비'와 '주민들 재산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속내는 재건축 집값 잡기라는 얘기다. 아이러니한 것은 반대로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할 때 논리도 '주민 재산권'과 '주거 편의성' 등 늘 주민을 앞세웠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는 50%였던 구조안전성 항목 가중치를 40%로 낮추고 주거환경과 비용편익 부문을 각각 15%로 높이면서 규제를 소폭 완화할 때 이런 논리를 앞세웠다.
동일한 논리로 가장 파격적으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 것은 박근혜정부다. 2014년 국토부가 9·1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연한이 '준공 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됐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도 완화됐다. 2003년 도입 당시 10%에 불과했던 주거환경 비중이 40%로 높아지는 대신 '안전'을 평가하는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은 20%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백준 제이앤케이도시정비 대표는 "전 정권에서 구조안전성 평가점수를 지나치게 낮춘 것은 문제가 있고 일부 정상화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번에는 새해 들어서도 계속 뛰는 재건축아파트 가격에 놀라 너무 부랴부랴 무성의하게 내놓은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지난 9일 국토부가 도정법 개정 내용 중 안전진단 기준을 고시했을 때도 예전과 동일하게 내놓고 아무런 언급이 없었는데, 열흘 만에 완전 다른 기준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엄밀하게 주택안전도·주거환경·설비노후화·비용편익 등을 종합평가해야 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집값·정치 논리에 따라 바뀌면서 '주민 편익'을 항상 근거로 앞세운 셈이다.
이날 국토부
국토부 관계자는 "구조안전진단이라는 말의 원형 자체가 주민의 주거안전도를 평가해 재건축 잣대로 삼겠다는 것 아니냐"며 "재건축에는 주민 다수 동의에 의한 미동의자에 대한 강제적 처분권과 용적률 상향 등 여러 공적 혜택이 부여된 만큼 공적인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