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교남동에 위치한 경복궁자이 주변의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여러 통의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종로구가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되면서 불리해지는 점이 없는지에 대한 문의다. 하지만 문의를 마친 소유주나 투자 희망자 대부분은 "별거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강하게 밀어붙이니 숨 고르기를 좀 하겠지만 결국 대세 상승세에는 영향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경희궁태영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28일 오전에만 투기지역 지정과 관련해 다섯 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는데, 대부분 '이미 예측했던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며 "주택담보대출이 가구당 한 건으로 제한되면서 좀 더 지켜보겠다는 갭투자 희망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매물이 나오면 바로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주변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종로구에는 사실상 경희궁자이가 유일한 랜드마크 아파트인데 여기를 투기지역으로 묶으면 이 아파트를 콕 집어 규제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애꿎은 규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결국에 오르는 곳은 계속 오르기 때문에 정부 규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종로구 대장주 아파트인 경희궁자이는 전용면적 59㎡가 최근 12억원에 실거래됐다. 강북권 소형 아파트 가운데 12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 단지가 처음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3월 11억8000만원에 팔린 이후 실거래가 뚝 끊기며 관망세가 이어지다가 최근 집값 상승 기대감에 최고가 실거래가 이뤄졌다. 분양 당시 전용 59㎡가 6억원대 분양됐던 것과 비교하면 갑절 이상 뛴 셈이다. 게다가 이 아파트는 그간 미등기 상태여서 거래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지만 이달쯤 등기를 마치면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투기지역 지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별반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장은 "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것은 서울에 살고 싶은 수요가 아파트 공급물량보다 많기 때문에 생긴 수급 문제"라며 "이미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더 많이 오르고 있는데, 정부가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한다고 해도 별반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로구와 함께 이번에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동작구, 동대문구, 중구 주민들도 정부의 규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중구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기존 서울 투기지역 11개 구가 가장 가파르게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
투기지역에 지정되면 2건 이상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이 있으면 만기 연장이 안 된다. 주택담보대출 건수도 가구당 1건으로 제한된다.
[전범주 기자 /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