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내부 금융범죄 `쉬쉬`…올 상반기 고발률 24% 그쳐

은행들이 횡령·유용 등 내부에서 발생하는 금융범죄 행위를 수사기관에 제대로 고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 당국은 고발 기준을 규정에 명시하라고 은행들에 촉구했다.
14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은행 내부에서 발생한 각종 금융범죄 건수는 총 33건으로 나타났다. 2016년 발생건수 65건, 2017년 55건과 비교하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셈이다.
하지만 사건을 적발한 은행이 직원의 범죄 사실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비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2013년에는 63건의 내부 범죄 가운데 46.03%인 29건을 고발했지만 2014년에는 고발률이 41.1%로 낮아졌으며 2015년 45.0%, 2016년 33.85%, 2017년 36.36%로 등락을 거듭하더니 급기야 올 상반기에는 24.24%로 급락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외 신인도 문제 등을 고려해 범죄 행위를 적발해도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고 파면 등의 조치를 취하는 선에서 무마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이번에 집계한 금융범죄 행위는 횡령·유용·금품수수 등 형법 및 경제범죄법 위반행위 등이며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나 도난·피탈(강도) 등 외부인에 의한 범죄는 제외한 숫자다.
전문가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믿음이 직원들 사이에 퍼지면 금융범죄가 더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은행들이 내부 범죄 고발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을 정해 놓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다른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일례로 A은행은 임직원의 범죄 행위에 대해 고발을 원칙으로 하지만 인사위원회와 은행장 결정을 거쳐 고발하지 않기로 하면 고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기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