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더기 주택청약제도 ◆
하지만 A씨는 아파트 당첨 직후 본인이 '부적격자'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몇 년 전 아내가 처가에서 소액의 주택지분을 증여받은 사실을 가점에 반영하지 않았던 것이다. 32점 만점으로 제출했던 A씨의 무주택가점은 알고 보니 '2점'이었다. 그는 "내 실수이기는 하지만 청약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니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청약제도가 '난수표'처럼 복잡해지면서 부적격 당첨자도 계속 생기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청약 부적격 건수는 2만1804건에 달했다. 그중 청약가점을 잘못 계산하는 등 '단순 실수'가 1만4497건이었다. 부적격자 중 3분의 2(66%)나 된다.
청약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1순위 자격 요건만 해도 '호떡'보다 쉽게 뒤집힌다. 이러다 보니 거주지나 부양가족 수, 재당첨 제한에 관한 부분도 실수가 자주 생긴다. 가뜩이나 지역·주택 규모별로 제각각인데 지난해 정부는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을 청약통장 가입 후 12개월에서 24개월로 변경했다. 지난 12일 아파트 분양권과 입주권을 '1주택'으로 간주하겠다고 돌연 밝힌 것도 사실상의 1순위 자격을 제한한 효과가 나타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만 해도 갑자기 신혼 기간 중에 주택을 보유한 경험만으로 주택공급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면서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만든 청약이 되레 내 집 마련을 막는 '규제'로 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난해한 청약의 '절정'은 청약 신청 때다. 아파트투유 홈페이지에서 아파트 청약을 신청할 때 청약자가 직접 기입해야 하는 사항은 다섯 가지다. 거주지, 주택 소유 여부, 과거 2년 내 가점제 당첨 여부 등의 질문에 답변을 직접 체크해야 한다. 가점도 청약자가 알아서 계산하도록 돼 있다.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를 스스로 계산해 넣어야 한다.
가점제를 '난수표'로 만들어 놓고 정작 정부는 모든 책임을 수요자에게 떠민다는 비판이 커지자 국토부는 청약 가능 여부를 수요자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화된 연말정산 시스템처럼 본인을 인증하면 무주택 기간이나 가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