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뉴타운 출구 전략으로 정비구역 해제 위기에 놓인 은평구 증산4구역 전경.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뉴타운 재개를 요구했다. [김호영 기자] |
29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평구 증산동 205-33 일대 증산4구역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지난 26일 박 시장 앞으로 보낸 탄원서에서 "증산4구역은 건물이 노후되고 기반시설이 없어 화재 시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하고 주차시설 등이 부족해 도로에 방치된 차량으로 보행하기도 힘들다"면서 "빌라가 아닌 뉴타운 재개발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추진위에 따르면 전체 토지 등 소유자가 1850명인데 1410명(토지 등 공유자 포함)이 이번 탄원에 동의했다. 김연기 조합추진위원장은 "이미 구역 안에 빌라가 70% 정도로 많고 허용 용적률을 채운 상태여서 뉴타운이 해제되면 앞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14년 8월 조합추진위가 설립됐으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의 정비구역 일몰제(조합추진위 설립 후 2년 이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정비구역 해제) 규정 때문에 구역 해제 위기에 몰렸다. 구역이 넓고 소유자가 많다 보니 조합 설립에 필요한 찬성률 75%를 채우기에 2년이란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조합추진위 설명이다.
조합추진위는 2016년 8월 도정법 20조 3항(주민 동의 30% 이상 받으면 2년 연장 가능)을 근거로 은평구와 서울시에 구역 지정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전체 주민의 사업 찬성률이 75%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조합추진위는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비구역 연장 관련 도정법에는 사업 찬성률 기준은 없는데 시가 구역 해제를 밀어붙였다"면서 "현재 사업 찬성률이 73%에 이르고 연말까지 75% 확보가 목표"라고 말했다.
앞서 같은 이유로 정비구역 해제 위기에 몰렸던 송파구 마천4구역은 조합이 일몰 기한 연장을 요청했고, 올해 상반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연장을 결정한 바 있다. 서울시 담당자는 "마천4구역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 3년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곳으로 사업 진행이 가능한 지역으로 판단한 반면, 증산4구역은 조합 설립에 필요한 찬성률이 75%가 안됐고, 은평구청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결과 해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정비구역 일몰제는 본래 사업 장기화 시 매몰비용 우려 때문에 사업 속도를 높이라는 취지로 도입됐는데, 서울시가 이를 해제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뉴타운 출구전략은 증산4구역 이외에도 최근 정비구역 곳곳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결정한 성북구 성북3구역은 서울시를 상대로 직권해제 효력 정지 처분신청을 제기했고,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연말까지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서울시가 역사문화 보존을 이유로 주민 의사도 묻지 않고 지난해 3월 직권해제를 결정한 종로구 사직2구역도 조합 측이 서울시와 종로구를 상대로 정비구역 직권해제 및 조합설립인가 취소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조합이 승소했고, 서울시 항소로 이르면 연말 2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장위뉴타운 내 최대 사업지인 장위14구역은 서울시의 직권해제 추진으로 해제 위기까지 갔으나 이달 초 마무리된 주민투표를 통해 살아났다. 성북구청은 지난 2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8일 개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세미나에서 "수요 대비 부족한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주민 동의율이 50% 이상인 해제지역을 정비구역으로 재지정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