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트럼프 노믹스와 국제금융통화체제`를 주제로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민간금융위원회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형 법무법인 율촌 연구소장, 이상빈 중국 상하이자오퉁대 교수(위원장),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우상현 현대금융연구소 대표, 김주현 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조경엽 KB금융경영연구소장. [김호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0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예정대로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물리겠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대책 마련과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경제·금융학자로 구성된 정책 제언 모임인 민간금융위원회(위원장 이상빈 상하이자오퉁대 교수)는 지난 26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가 국제적 흐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크게 네 가지 전망과 대응책을 정부당국에 주문했다. 먼저 무역갈등이 '금융전쟁'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은 물론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노믹스와 국제금융통화체제'를 주제로 발표한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도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에 전쟁 가능성이 작다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국에 대한 고려보다 상대 쪽에 더 큰 손해를 입히기 위한 전쟁도 각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상빈 민간금융위원회 위원장도 "미국이 지금은 무역수지를 문제 삼지만 향후 기축통화 전쟁 등에서도 힘 겨루기의 판가름이 나지 않으면 다음 수순은 실제 전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눈에 띄게 침체되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칫하다가는 중국 경제가 '그레이 라이노(Gray Rhino·회색 코뿔소)'가 돼 한국 경제를 습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레이 라이노란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경고음을 내다가 빠르게 습격하는 경제위기를 빗댄 말이다.
윤 교수는 "중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올해 목표 성장률보다 1%포인트 넘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중국 지방 공기업 등에 쌓여 있는 막대한 부채가 한계에 몰리면 중국에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도 "미국이 경제·기술·통화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을 압박하며 전운이 감돌지만 중국에 큰 대응 능력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중국이 동남아 국가 인프라스트럭처를 건설하며 영역을 넓히는 일대일로 정책이 식민주의라는 역풍을 맞아 무너진다면 정치·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충격일 것"이라며 "두 강국이 죽기 살기로 부딪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외교적 해법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는 "우리 정부가 노골적으로 친중 노선을 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중립 내지 미국과 협조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일본과 통화스왑 구축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최 교수는 "패권경쟁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미·일 두 국가와 절연돼 있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주현 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도 "글로벌 위기가 닥치면 누가 달러를 벌어들여 환율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어려운 순간에 확실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나라와의 스왑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런 '글로벌 위기 쓰나미'에 관심을 갖고 장·단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필상 교수는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위기라는 것을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며 "경제 위기를 인정하지 않고 재정지출 정책에만 의존하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산업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두 강대국 다툼 속에서 우리나라가 기회를 찾으려면 산업적인 도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경영학 교수도 "글로벌 경제•금융 전쟁은 결국 기술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1871년 신미양요 때 우리나라와 미군 사이의 전사자 수가 100대 1이었던 반면, 1890년 동학농민운동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