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중장기수익률 바닥 ◆
25일 매일경제가 해외 각국 연기금의 연차 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국민연금은 5년(2014~2018년)과 10년(2009~2018년) 평균 수익률에서 모두 해외 주요 연기금 대비 최하위권 성과를 냈다.
국민연금의 장기 성과가 부진한 것은 안전자산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 문제다. 상대적으로 기대 수익률이 낮은 채권 비중을 높게 유지하면서 자산의 변동성을 낮추는 데 주력한 결과다. 실제 글로벌 연기금의 최근 10년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최대 수익률과 최저 수익률 간 폭이 11.31%포인트로 가장 낮았다. 노르웨이 GPFG(31.74%포인트), 네덜란드 ABP(20.2%포인트) 등은 모두 변동 폭이 컸다.
안전자산 비중이 높은 탓에 2008년 금융위기와 지난해 글로벌 증시 폭락장에서도 국민연금 표정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노르웨이 GPFG(-23.3%), 네덜란드 ABP(-20.2%), 캐나다 CPPIB(-18.6%) 등 글로벌 주요 연기금이 두 자릿수 손실을 본 상황에서도 국민연금은 -0.2%로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고, 지난해 역시 일본 GPIF(-7.7%),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3.5%), 네덜란드 ABP(-2.3%) 등과 비교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0.92%로 선방했다.
문제는 위기 이후 찾아오는 수익률 반등 기회를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데 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국민연금 수익률은 10.39%로 노르웨이 GPFG(25.62%), 네덜란드 ABP(20.2%) 등 다른 연기금 수익률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당시 기금 자산 중 70% 이상을 국내 채권에 담아둔 덕에 하락장에서 방어력을 뽐냈지만 상승장에서는 맥을 못 춘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민연금과 해외 연기금들 간 장기 수익률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가 분석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선' 자료에 따르면 5년 평균 기금 수익률(해당 연도를 기점으로 한 5년 평균 수익률)을 연도별로 집계한 결과 2013년까지 연 6%대를 기록하던 국민연금의 5년 평균 기금 수익률은 2014년 연 5%대로 내려앉았다.
반면 2013년 4%대였던 캐나다 CPPIB의 5년 평균 수익률은 2017년(3월 말 기준) 12.02%까지 올라갔다. 2017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 캘퍼스(10.40%), 네덜란드 ABP(8.10%), 노르웨이 GPFG(9.37%) 등도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맞서는 글로벌 연기금들의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은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배경이 됐다. 주요 연기금들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와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국민연금 역시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고, 국내 채권 비중을 소폭 낮추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자국 투자 비중(국내 주식·채권)이 65.8%에 달하고, 채권 비중(국내외)은 52.9%다.
지난해 8.4%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캐나다 CPPIB는 포트폴리오상 극적인 변화를 가져간 대표적 사례다. 최근 5년 사이 대체투자 비중이 29.3%에서 58.7%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2.5%포인트(9.5%→1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네덜란드 ABP는 대체투자와 부동산 투자 비중이 27.2%에 달했고, 스웨덴 AP3 역시 19.5%로 대체투자 비중이 국민연금보다 높았다. 이준행 교수는 "국민연금은 향후 20년 동안은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유동성에 제약이 없어 주식 비중을 높이고 대체투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구조"라며 "전략적 자산 배분이 주어지면 기금 수익률의 95% 이상이 결정되는데, 국민연금은 수익률에 가장 중요한 자산 배분안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분산 투자 역시 해외 연기금이 주력하는 전략 중 하나다. 캐나다 CPPIB의 자국 주식 투자 비중은 2013년 7.2%에서 2017년 말 3.3%로 축소된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1.9%로 더 낮아졌다. 노르웨이 GPFG 역시 유럽 투자 비중을 2013년 44.8%에서 지난해 말 34.1%로 크게 축소하고, 아시아 등 기타 지역 비중을 20.1%에서 22%로 확대했다. 노르웨이는 전 세계 72개국 9146개사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중 노르웨이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수익률 꼴찌인 일본도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하며 만회에 나섰다. 일본 GPIF는 해외 투자 비중을 2013년 25.75%에서 지난해 41.7%로 크게 늘렸다. 같은 기간 69.3%에 달하던 자국 주식과 채권 비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글로벌 연기금들도 운영 수익률 제고를 위해 위험자산과 해외 투자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도 적극적인 변화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