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중구 한 호텔 카페에서 만난 임현정에게 왜 이토록 사랑 노래를 많이 불렀냐고 물었더니 "3집까지는 사랑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스물아홉 살쯤에 사랑 말고 인간에게 중요한 게 뭐가 있겠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원래 저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기업인이든 정치인이든 인간에 대한 사랑이 전제돼 있다면 그 사회는 큰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이 궁극적으로 갈구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하고요. 한국인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사랑이 뭔지 잘 모르는 환경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앞으로도 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 거예요."
그는 이달 2집 가위손 리마스터 앨범을 내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원 앨범이 1999년 발매됐으니 근 20년 만에 되살린 것이다.
앨범이 유통되지 않았던 지난 수년 간 이 음반 대표곡 '첫사랑' 오리지널을 듣고 싶다고 요청한 팬이 많아서 리마스터링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임현정은 지난 4월 싱글 '사랑이 온다'를 내기 전까지 10년간 가요계를 떠나 있었다.
"음악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시점은 2008년 정도부터거든요. 그때쯤 세상에 대해 회의적이 됐어요. 저는 누군가가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숨 막혀 해요. 당시에 자살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여행 중에 최진실 씨 자살 기사도 접했는데, 굉장히 충격적이고 오랫동안 우울해지더라고요. 이 사회에서 예술 활동은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음악만큼 임현정을 삶에 오롯이 집중시키는 건 없었다. 지난달 리메이크한 자신의 노래 '내가 지금껏'은 스스로의 뿌리가 노래에 있음을 고백하는 노래다. "내가 지금껏 흔들리지 않은 건/노래 없이 살 수 없는 나를 믿기에"라는 가사로 마무리되는 이 노래를 그는 스물네 살 때 작곡했다고 말했다.
"가끔 음악을 해서 참 좋다고 느껴요. 늘 현실을 인식할 수 있고, 순간순간 집중해서 살 수 있다는 점에서요. 음악이라는 작업은 1, 2, 3초를 시간으로 표현하잖아요. 4분30초가 지나면 그 노래가 모두 지나간 거예요. 다른 건 아무것도 없고, 그 순간에 전 거기에 존재하고 있는 거죠. 무아지경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지금껏'을 녹음하는 과정에선 언어가 다른 음악인들과 하나 되는 경험을 했다. 더 이상 한국에서는 올 밴드 녹음이 불가능해 일본·영국 음악가들과 협업한 것이다. 그는 악보 위 음악을 현장에서 재현하는 기쁨이 "아빠가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의 환희와 맞먹는다고 표현했다.
"앞으로 전 음악으로만 교감하고 싶어요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