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8일 이사회를 열고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전격 결의하자 이번 결정이 삼성그룹에 미칠 영향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SDS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등 삼성가 3세가 주요 주주로 포진해 있는 데다가 삼성에버랜드와 더불어 그간 그룹내 핵심 비상장사의 지위를 계속 영위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삼성그룹 경영 승계나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로의 변모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SDS 상장 이후 시나리오 '무성'
삼성SDS가 연내 상장을 발표하자 재계에서는 상장 이후 삼성그룹의 변화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삼성SDS의 3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주매각을 통해 상속세를 마련하거나 계열사 지분을 매입한다든지, 아니면 삼성SDS와 삼성전자를 합병함으로써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을 끌어올린다든지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일단 삼성SDS는 상장 이유로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ICT서비스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특히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등 신성장 기술을 확보해 통신, 헬스케어, 리테일, 호스피탈리티 분야 등의 솔루션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적극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SDS는 지난해 국내 공공시장과 대외 금융IT시장에서 철수함에 따라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신 해외 물류 IT 등에 진출했지만 국내 사업 철수로 생긴 빈 공간을 메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또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IT 조류가 등장함에 따라 해당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자금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돌파한다는 것이 삼성SDS의 계획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구조로의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신성장 영역에서 글로벌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고 최첨단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확충하며 국내외 M&A 및 사업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쟁력 강화 외에도 삼성그룹 사업구조 재편이나 3세 경영 승계도 상장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게 재계의 일관된 관측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나 이부진, 이서현 사장이 이번 상장으로 목돈을 쥐게 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확보한 자금으로 상속세 내진 않을 듯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상속하는 데 납부해야 할 세금을 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상속세가 5조원 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데 비해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상장으로 확보할 자금이 1조3000억원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삼성SDS의 3대 주주이기 때문에 상장 이후 보호예수에 해당돼 즉각 현금화할 수도 없다.
동일한 이유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해 그룹 내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당장 현실화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 상장한다면 내년에야 구주매출로 지분을 팔 수 있어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삼성SDS와 삼성전자간의 합병 시나리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부진, 이서현 사장의 지분을 인수한 뒤 양사를 전격 합병시킴으로써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유지한다는 것이지만 삼성전자와 삼성SDS간의 규모 차이가 너무 크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양사의 합병이 의미가 있으려면 삼성SDS의 규모를 지금보다 몇배, 몇십배는 키워야 한다. 삼성그룹이 이같은 과정을 밟을지는 아직까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삼성전자·삼성SDS 신수종 사업 상당부분 겹쳐
그러나 경영 승계를 배제하고 보면 삼성SDS와 삼성전자가 합병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더 긴밀하게 협력할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전동수 사장이 밝힌 신사업인 통신, 헬스케어, 호스피탈리티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는 삼성전자의 신수종 사업과 대다수가 겹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디슨을 인수한 뒤 의료기기 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S5의 핵심 경쟁력도 심박 센서 등 헬스케어 분야다. 이밖에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기어 핏도 헬스케어가 주 기능이다.
사실 과거에도 삼성SDS와 삼성전자는 사업간 제휴와 반목을 반복해왔다. 삼성SDS는 2000대 초반 닷컴 열풍이 불 때 이재용 부회장의 e삼성을 전면 지원한 바 있다. 이후에도 디지털 컨텐츠 등 주요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공조한 바 있다.
그러나 양사가 함께 추진한 사업의 성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e삼성은 닷컴 열풍의 소멸과 더불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디지털 컨텐츠, 솔루션 분야도 결국 양사가 관련 사업을 따로 진행하는 형태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공조가 성과를 거두려면 양사간의 협력이나 투자가 과거 어느때보다 전격적으로 시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SDS에 힘이 실려야만 이재용 부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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