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52조(올해 1분기 기준)를 보유한 재계 3위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오랜 기간 부재 속에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지 못하며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지난주 발표된 시내 면세점 사업자 탈락을 포함해 M&A(인수·합병)에 뛰어든 각종 프로젝트가 줄줄이 고배를 마셨고, 그룹 매출은 최근 2년간 2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SK의 이 같은 부진은 작년 말 김승연 회장의 경영 복귀후 방위산업·화학분야 삼성 4개 계열사 인수,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등 잇따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재계 9위로 올라선 한화그룹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SK그룹에 따르면 2013년 1분기 29조5786억원에 달했던 SK그룹 68개 계열사 매출(지주회사 체제에 편입한 계열사 기준)은 올해 1분기 기준 23조3932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 회장이 구속된 이후 불과 2년만에 그룹 매출이 6조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사업의 건전성을 반영하는 영업이익과 달리 그룹의 전체 매출이 감소했다는 것은 현재 주력 사업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거나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상반기 이례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 관계자는 “반도체(SK하이닉스), 정유(SK에너지) 등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장치산업 분야에서도 5년, 10년을 내다본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며 그룹 총수의 오랜 경영 공백에 따른 투자 정체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SK그룹이 주력한 KT렌탈 인수전과 시내 면세점 선정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SK네트웍스는 올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경영진 문책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10조원 황금알 사업’으로 불리는 시내 면세점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그룹 내부에서 “매우 뼈아픈 결과”라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회사 매출도 지난해 22조 4081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2012년(27조 9355억원), 2013년(25조 9754억원)에 이어 최근 3년간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SK그룹은 최근 2년 동안 STX에너지, ADT캡스, 호주 유류업체 UP 인수전에서 중도 탈락했거나 포기했다고 발표했고, 정유부문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7년만에 첫 영업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야심차게 추진했던 중국 충칭 부탄디올(BOD) 합작공장 설립 프로젝트를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고, 실적 부진으로 고전했던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정유업계의 정제마진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며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 그마나 위안거리로 간주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할 경우 대대적인 사업·인사 쇄신을 통해 그룹
[채수환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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