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매각과 임직원 감축 등을 통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삼성그룹이 유럽 등 선진국 해외주재원 축소에 나섰다. 실질적인 영업전략과는 무관하게 관성적으로 배치했던 해외주재원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에서다.
그룹내에서는 전사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실리를 찾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조직의 역동성을 끌어올리고 현장영업에 힘도 실어주자는 취지다.
22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에 “해외주재원을 줄이라”고 통보했다.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외소식을 파악하고 업무를 볼 수 있는 글로벌 시대에 주재원을 너무 많이 내보내고 있다면 문제라는 상황인식이다. 대면 영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바로 출장을 떠나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부회장이 주재원 감축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은 유럽이다. 유럽 같은 선진국은 주재원 체제 비용이 비싼 반면 시장이 무르익어 비지니스 성과는 신흥시장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또 유럽은 핵심시장이 유럽연합(EU)으로 시장이 단일화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외주재원이 EU 회원국별로 대부분 나라에 파견되어 있어 업무 중복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50여곳의 해외법인을 운영중인데 이 가운데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22곳이 유럽(러시아 포함) 지역에 집중돼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도 전체중에서 3분의 1 가량의 해외법인이 유럽에 위치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유럽지역에만 200여명 안팎의 주재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의 한 영업 담당 임원은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부품 기업간거래(B2B)영업의 경우 중국과 미주지역으로 많이 옮겨갔다”며 “한국 본사 최고경영진들도 과거엔 유럽 출장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중국과 미국으로 많이 집중되고 있고, 일본도 출장기회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경우 노키아를 비롯한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쇠락하면서 삼성의 전자부품을 공급받을 만한 곳이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글로벌 시장 환경이 급변한 상황에서 과거 수십년전에 구축된 해외영업망과 주재원 수를 이제는 조정할 때가 됐다는게 그룹 내외의 분석이다. 이때문에 오히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국쪽으로 주재원을 옮겨야 한다는 판단도 이번 해외주재원 조정결정에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이때문에 최근 중동이나 아프리카, 남미와 같은 신흥시장에서는 영업상황에 따라 주재원 수를 더 늘려도 좋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시장일수록 현지에서 직접 발로 뛰는 영업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 관계자는 “무작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외주재원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영업력이 필요한 곳은 숫자를 늘리고 영업이 안정화된 선진시장은 현재보다 줄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방침은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삼성전자 글로벌전략회의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 전세계 법인장을 포함해 500여명이 참석해 1박2일 동안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는 위기극복을 위한 방안과 함께 비용절감과 영업력 강화 방안을 동시에 모색할 예정이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영업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 노력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말 조직개편때에는 해외 판매법인과 글로벌B2B센터 등을 중심으로 재배치작업을 벌여 영업현장에 힘을 실었다.
외형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는 전용기 매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삼성은 보유 중인 전용기 3대와 전용헬기 6대를 대한항공 측에 매각하는 협상을 시작했다. 해외출
[송성훈 기자 / 이승훈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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