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대부분 기업들이 몸집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 것과는 달리 삼성그룹이 스마트카 사업을 본격 준비하면서 때아닌 인력 스카웃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삼성전자가 관련 분야 인력 채용에 나섰다. 권오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은 지난 22~23일 경기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글로벌전략회의에서 “(전장사업과 관련된) 국내외 우수 인재를 적극 유치해 사업 진행 속도를 앞당겨라”는 주문을 했다.
전장사업팀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역량은 있지만 직접 해보지 않은 사업이다. 이 때문에 처음 조직을 만들 때에도 팀장으로 박종환 부사장만 임명했을 뿐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관련 사업에 역량이 있는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것을 검토할 뿐 아니라 우수 인력 스카우트를 통해 사업의 기반을 튼튼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채용인력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수십여명이 영입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헤드헌팅 업계에는 이미 이달초부터 관련 인력 영입을 위한 다양한 문의가 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헤드헌팅업체 대표는 “‘어느 회사의 어떤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이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주문이 들어온 상황”이라며 “회사 차원에서도 내달 초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별도로 낼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첫번째 타겟이 되는 곳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관련 업체와 최근 자동차부품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LG전자다. 특히 LG전자 직원들은 가전업체의 DNA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로 이직하더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삼성전자가 펼치려는 사업영역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영입대상 1순위로 꼽힌다. 이에따라 LG전자등은 바싹 긴장하면서 핵심 직원의 이탈 가능성에 대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모비스의 경우 삼성전자와 급여차가 크지 않아 우수 인력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LG전자는 상여금 등을 포함할 경우 차·부장급 연구원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연 2000만원 안팎의 급여 차이가 있어 내부적으로 많이 동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전장사업팀을 DS부문에 두면서 급여가 상대적으로 올라간 측면도 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최근 2~3년간 실적이 좋아 휴대폰(IM)이나 소비자가전(CE) 등 삼성전자의 다른 부문에 비해 급여가 높은 편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중대형 배터리 부문에서도 인력을 빼오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자동차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는 소재센터를 신설했다. 센터장에는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로 불리는 김유미 부사장을 전진 배치했다. 또 삼성SDI는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업체 에스티엠 잔여 지분을 40억원에 사들이면서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삼성SDI는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개발 인력에 대한 스카우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전지 배터리 소재 부문에 있어서는 LG화학의 기술력이 삼성SDI에 비해 다소 앞서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케미컬부문 매각대금 2조원의 대부분을 배터리 분야에 쏟아부어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며 “
헤드헌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불황이지만 향후 유망 사업을 찾아 투자를 늘리면서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들 업종에 해당되는 분야에서는 인력 스카웃전이 전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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