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다는 조직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
채권단에 금호산업 인수대금 7228억원을 모두 납부하고 회사를 되찾아온 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내실경영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대우건설 인수 등 공격적인 M&A로 타격을 입은 만큼 당분간 그룹 경영을 보수적으로 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박 회장은 “앞으로 우리가 양적으로 성장할 수 있겠나”며 고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따라 금호그룹 차원에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유동성 위기 등 ‘승자의 저주’를 톡톡히 맛본 만큼 앞으로는 경영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룹 최대 고비를 넘긴 만큼 여유를 되찾은 박삼구 회장이 2009년 ‘형제의 난’으로 갈라섰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관계 복원도 시도할 것임을 밝혔다.
◆6년만에 회사 찾은 박삼구의 뚝심
박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인 금호산업을 채권단으로부터 되찾아오며 경영권 안정을 꾀할 수 있게 됐다.
금호산업은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아시아나 IDT·금호리조트 등 주요 계열사를 쥐고 있다. 금호산업을 장악해야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박삼구 회장이 신설한 금호기업(박 회장 일가 지분율 67.7%)을 통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며 금호그룹 지배구조는 ‘박삼구 회장→금호기업→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같은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박 회장 노력은 눈물겨웠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는 달리 사재를 털어넣어 기업살리기에 나섰고, 갖은 인맥을 동원해 경영권 안정 자금을 끌어모았다.
박 회장은 2009년 7월 경영 책임을 지고 동생 박찬구 회장과 동반 퇴진했고, 2013년 11월에는 연봉을 1원만 받기로 하고 금호산업 대표를 맡으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산업의 무상감자,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는 과정에서는 3300억원 사재를 출연해 2500억원의 손실을 감수했다. 인수했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재매각하고 계열사인 금호렌터카와 금호고속도 매각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맞은 대기업이 원래 경영진에 돌아가는 사례는 드물다”며 “총수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새 인수자에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박삼구 회장의 경우 진정성이 통했던거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채권단은 이같은 노력을 인정해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줬다. 이후로는 인수 자금(7228억원) 마련 전쟁에 돌입했다. 박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각종 경제단체에서 활동한 인맥과 혈맥을 총동원해 재계 ‘마당발’로 실탄 마련 세일즈에 나섰다. 인수 막바지에는 재계가 전방위적으로 나서 박 회장에 화답했다.
박 회장과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금호산업ㆍ금호타이어 지분 1521억원 어치를 내놓자, CJ·효성·코오롱 등 10여개 기업이 백기사로 나서 실탄을 지원한 끝에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했다.
금호 문제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재계 인맥이 탄탄한 박삼구 회장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라고 해석했다.
◆공격경영은 한풀 꺾일 듯
다만 대우건설 인수 등 공격적인 M&A로 타격을 입은 만큼 당분간 그룹 경영은 보수적으로 흐를 전망이다.
박 회장은 “앞으로 우리가 양적으로 성장할 수 있겠나”며 “양보다는 조직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내실 경영에 방점을 찍을 뜻을 분명히 했다.
박회장은 당장 경영난에 빠진 주력인 아시아나 항공 구조조정과 실적 회복 등에 공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그는 또 경영권 분쟁을 빚으며 갈라선 동생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관계 복원도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박 회장은 내년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이해 금호석화와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묻는 질문에 대해 “형으로써 책임감을 느낀다”며 “형인 제가 먼저 다가가야겠죠”라고 답했다. 현재 금호그룹과 금호석화그룹은 이번달 대법원 판결로 인해 계열분리가 완료된 상태다.
박회장의 이같은 방침은 현재 진행 중인 금호그룹과 금호석화간 상표권 등 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호산업은 금호석화가 보유한
당시 금호석화는 금호아시아나와 계열 분리하는 과정에서 상표권을 이전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고 재판부가 금호석화 측 손을 들어줬다. 이 재판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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