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이례적으로 1월에도 증가하고 투자 대기성 자금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16년 1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달 전보다 2조2000억원 증가한 64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인 작년 12월(6조9천억원)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1월 기준으로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2008년 이후 최대폭 증가다. 윤대혁 한은 시장총괄팀 과장은 “1월은 보통 주택거래량이 뚝 끊기는 비수기인데 올해는 오히려 가계대출이 늘었다”며 “지난해 아파트 경기가 호조세를 띄면서 집단대출이 대거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집단대출은 신규분양·재건축 등을 할 때 시공사가 중간에 보증을 서면 은행이 입주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중도금을 무담보로 대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일괄대출로 개별 대출자의 상환 능력은 따지지 않아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활성화로 신규분양과 재건축이 늘면서 집단대출이 대거 늘어난 것이다.
윤 과장은 “집단대출은 보통 6개월에 한번씩 입주 예정자가 관련 대출을 받아 시공사에 집어넣는 구조”라며 “지난해부터 신규 분양이 크게 늘어나면서 비수기인 1월에도 이례적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집단대출 증가뿐만 아니라 2월부터 강화되는 가계대출 심사기준을 피하기 위해 대출을 미리 당겨서 받은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월부터 원리금 상환의무를 강화하는 등 대출을 받기 위한 심사기준이 높아지면서 대출수요자들 사이에 자금을 미리 앞당겨 대출 받으려는 심리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대기성 계좌인 마니마켓펀드(MMF)에 시중 자금이 크게 쏠렸다. 지난달 자산운용사가 운영하는 MMF에 몰린 돈은 16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이후 최대규모다. MMF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을때 주식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한 뒤 약간의 예금을 얻기 위해 집어넣는 단기 계좌이다. 7일 기준 평균 1.4~1.5% 금리를 적용해, 비슷한 성격의 수시입출식 예금보다 많게는 1% 가량 금리를 더 받을 수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MMF에 돈이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시중 자금들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는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보니 시장 참여자들이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연초부터 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진데 이어 중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의 급락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이 대혼돈 양상을 보인데 따른 현상인 셈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삼성·SK 등 국내 주요기업의 지난 4분기 실적마저 악화돼 투자자들은 돈을 놀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창배 연구위원은 “시장이 투자할 때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자금들이 단기자금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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