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SML·시게이트 등 해외지분 1조원대 매각

삼성전자가 ASML, 시게이트, 램버스, 샤프 등 해외기업에 투자했던 지분들을 잇달아 매각했다. 지분 매각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미국 휴렛팩커드(HP)에 매각을 발표한 프린터사업부문까지 포함하면 이달들어서 이뤄진 사업부문 또는 지분 매각 규모만 2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등기이사를 맡기로 한 가운데 이뤄진 해외 투자자산 처분 발표여서 향후 삼성그룹의 사업재편과 관련한 파장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18일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 지분 1.5%(650만주)를 비롯해 미국의 시게이트와 램버스, 일본의 샤프 지분을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ASML 매각지분만 6000억원에 달하고, 샤프 지분은 5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4개사 지분매각으로 1조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4개사 지분투자는 삼성전자가 과거에 공동 사업개발과 협력 관계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보유지분의 절반인 1.5%를 매각한 ASML의 경우 지난 2012년 차세대 노광기 개발 협력을 위해 지분을 인수 했던 곳이다. 노광이란 반도체 웨이퍼 원판 위로 빛을 쪼여 회로 패턴을 새기는 포토 공정으로 반도체 제조의 핵심 공정이다.
미국의 스토리지(HDD) 전문 기업인 시게이트의 경우는 지난 2011년 HDD사업 매각 과정에서 지분 일부를 취득했는데 이번에 모두 처분했다. 특허권 분쟁이 있었던 미국 반도체설계업체 램버스의 지분도 지난 2010년 지분 취득후 절반은 이미 처분했고, 이번에 나머지 지분들을 매각했다.
삼성전자는 “사업 환경의 변화에 맞춰 과거에 투자한 자산을 효율화 해,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자산 효율화가 통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며, 해당 회사와의 협력 관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의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10억5000만달러(1조2000억원 규모)에 미국 휴렛팩커드(HP)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송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