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가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조선 업계를 불황에서 벗어날 디딤돌로 작용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가가 회복되면 수주 금액이 큰 해양플랜트와 유조선·가스운반선 발주 시장이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알제리 알제에서 열린 국제에너지포럼(IEF) 비공식 회담에서 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제유가는 이틀 연속 급등했다. 14개 OPEC 회원국들이 하루 74만배럴씩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것이 알려진 28일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직전 거래일보다 5.33% 오른 배럴당 47.05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1.66% 상승한 47.83달러로 장을 마쳤다.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지속하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의 수주 가뭄도 해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까지 회복되면 조선업황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8~9일 열렸던 조선·해운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도 조선 업황 회복의 선결 조건으로 유가 60달러가 제시된 바 있다. 유가 상승이 해저 유전 개발의 촉매제로 작용해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해양플랜트와 유조선·가스운반선의 수요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업성이 있는 유전 개발에 성공하면 장기간동안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포스코대우가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미얀마 가스전은 분기당 8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유전개발 사업은 성공확률이 낮고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 위험이 높기 때문에 석유개발업체들은 기대수익이 많아야 유전 투자에 나선다. 조선업계가 업황 회복의 조건으로 배럴당 60달러의 유가를 제시하는 것은 이 수준에서는 석유개발업체들의 투자 위험과 기대수익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석유개발업체들이 해저 유전 개발로 높은 이익을 예상하면 먼저 드릴십 발주가 늘어날 전망이다. 드릴십은 유전의 상업성을 평가하기 위해 해저 지반을 뚫어 지질을 검사하는 설비다. 이어 유전의 개발 상업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생산 설비가 발주되며 생산 시작과 함께 유조선·가스운반선 등 상선이 투입된다.
한편 국제유가와 발주 시황에 직접적 연관이 없는 컨테이너선은 당분간 발주 가뭄이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해운 시장에 선복(선박의 컨테이너 적재 공간)이 과잉 공급되고 있는 상황인 데다 주요 해운사들이 선대 확장
미카엘 프람 라스무센 뮐러-머스크 이사회 의장은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새 배를 주문하는 것은 이제 끝났다”며 “M&A를 통해 성장해야 시장에 배가 더 넘쳐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