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공여객 1억명 시대가 열리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항공사간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지난해 비행기를 타고 국내외를 오간 승객은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억명(1억379만명)을 돌파했다. 항공 영토는 커졌지만 경쟁자 늘어나는 속도도 빨라지며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제주·이스타항공은 해외 항공사와 동맹을 맺고 중장거리 노선 개척에 나섰고 에어서울·진에어는 같은 그룹 소속 대형사와 손잡고 항공 가짓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국내 1위 대한항공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미국 최대 항공사 델타항공과 '밀월계약'을 맺고 공동 노선을 159개 대폭 늘리는 등 해외 백기사 찾기에 나섰다. 6일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항공 대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합종연횡 연합하며 세 결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모기업과 손잡은 LCC
올해 들어 힘센 모기업과 손잡고 이익을 나눠 먹겠다는 '빨판상어형' LCC(저비용항공사)가 두드러졌다.
에어서울은 오는 11일부터 모회사 아시아나항공과 국제선 공동운항에 나선다. 에어서울은 현재 가동 중인 일본 다카마쓰·시즈오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 9개 국제선 좌석을 아시아나 편명으로 팔기 시작한다. 대형사 판매망을 통해 더 많은 승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아시아나도 이를 통해 일본·동남아 노선을 새로 운영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진그룹 계열 진에어는 지난 1일부터 대한항공 공동 운항 노선을 16개에서 19개로 늘렸다. 진에어가 운영하는 인천~기타큐슈, 부산~기타큐슈, 인천~다낭 노선이 대상이다.
일반 승객은 공동 운항편은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하는게 좋다. 아시아나 항공편인줄 알고 표를 샀는데, 나중에 LCC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에서 예약을 해도 인터넷 예약창에 '에어서울 공동 운항'이라는 문구가 있다면 이는 LCC인 에어서울을 타게 된다는 뜻이다.
◆제주·이스타...해외 항공동맹 동원
제주·이스타항공은 해외 원군을 동원해 아시아·태평양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오는 3월 세부퍼시픽(필리핀) 녹에어(태국), 바닐라에어(일본) 등 아태 지역 8개 LCC 동맹체 '밸류 얼라이언스'에 가입해 합작 노선 밑그림을 짜고 있다. 승객들은 3월부터 제주항공을 통해 동맹 노선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제주항공을 통해 필리핀 마닐라까지 이동한 뒤 마닐라에서 세부퍼시픽을 타고 호주 시드니까지 이동하는 식이다. 승객 입장에서는 해외 여행 선택지가 넓어지고, 제주항공은 종전에 없던 시드니 노선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게 되는 셈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21일부터 중국계 4개 항공사와 항공동맹(유플라이 얼라이언스)을 맺고 인천~홍콩~태국 치앙마이를 잇는 최초 합작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토종 LCC가 항공동맹을 통해 영토를 확장한 첫 사례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유플라이 노선 공동운항을 통해 점차 운항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사도 합작 노선
대한항공은 외연 확장을 위해 '어제의 적'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11월 델타항공이 취항하는 북미 노선 등 총 159개 노선 공동 운항에 나서며 대대적인 연합전선을 펼쳤다. 델타항공은 아예 아시아 거점 공항을 일본 나리타에서 인천으로 옮기는 방안도 추진하며 한국과 밀월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
양사는 글로벌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회원사지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회복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껴 해빙무드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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