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을 연 한 대형마트에서는 수입맥주를 팔며 맥주전용잔을 주는 것은 물론 그 잔에 고객의 이름을 새겨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혼술족, 홈술족들을 겨냥한 이벤트다. 맥주 한 캔을 마셔도 대접받는듯한 느낌을 소비자들에게 준 결과 판매량은 목표치를 10배 이상 웃돌았다.
#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맞은 설 명절을 앞두고 고급 선물의 대명사인 백화점에서도 5만원 미만의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 용량을 줄이거나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 등으로 구색을 맞췄다. 식당에서 이른바 '김영란 세트메뉴'를 내놓았듯 시대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한 결과, 판매 성적도 나쁘지 않다.
상품이 없어서 못 파는 시대는 지나갔다. 있는 상품을 어떻게 꾸미고 소비자들의 수요를 얼마나 빠르게 파악하는 지에 따라 즉 상품 기획력에 따라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달라지고 있다. 위의 두 사례 역시 상품 기획의 힘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를 담당하는 'MD(상품 기획자)'의 역할이 날로 부각된다.
'유통업계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MD의 공식 풀 네임은 머천다이저(Merchandiser)다. 이를 줄여 MD라고 한다. 주로 하는 일은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구매하는 일 뿐 아니라 마케팅, 판매, 물류, 재고까지 관리하는 것이다.
좋은 상품을 발굴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해외 출장도 잦다. 상품 판매 증진을 위해 판촉 활동 및 판매 사후 관리와 결제대금 수불, 재고 관리에도 힘써야하기 때문에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다는 게 현장 MD들의 목소리다.
명품 MD출신으로 유명한 'MD WHO&HOW'의 저자 최낙삼씨는 "살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지나 구매 이후 일어날 상황에 대한 예측을 통해 '언제, 누구에게 또 어떻게 어디서 팔 것이냐' 등등 다양한 일을 꼼꼼히 따지고 계획하는 일이 MD가 하는 일"이라며 "빈번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떠넘길 수 없는 최고로 강력한 MD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홈쇼핑 업계에서 크게 부각된 MD의 역할은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등 유통업체에서도 최근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물론 업태마다, 또 회사마다 하는 일은 약간씩 다르다. MD라는 말 대신 바이어(Buy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례로 대형마트에서는 백화점이나 홈쇼핑과 달리 MD는 재고관리를 반드시 하게 돼 있다. 상품의 질, 납품처의 공급능력, 상품 개발력, 연간 매출 계획 등을 고려해 구매처와 품목을 결정하고 직접 구매하는 직매입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서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업체마다 직매입 비중이 다를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형마트 MD들은 백화점 등과 달리 소비자들의 수요를 파악해 입고수량과 적정 판매가를 결정하며 무엇보다 재고량을 파악해 조치를 취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백화점과 홈쇼핑의 경우 제조업체 등으로부터 판매를 위탁 받아 판매 상품에 대한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는 '위탁 매입'의 형태를 취한다. 때문에 MD가 재고 관리에 대한 부담까지 지지않는다. 대신 브랜드 및 제품의 인지도, 품질 등을 고려해 입점 여부를 결정한다. 또 담당 품목별로 기획 행사나 각종 할인 행사 등을 준비한다.
일각에선 재고 부담을 가지느냐의 여부에 따라 재고 부담을 가지면 MD, 그렇지 않으면 바이어라고 구분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MD라는 직종이 처음 생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대형 유통기업들에서
최씨는 "우리나라에선 MD와 바이어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MD와 바이어의 역할을 재고 관리 여부에 따라 나누고 있다"며 "바이어보다는 MD가 보다 포괄적인 역할과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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