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노선 영업망을 인수한 SM상선이 컨테이너 정기선 사업의 모양새를 갖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운업황이 바닥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선대·해외 영업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투자비를 SM그룹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광양·경인터미널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에 넘겼던 부산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50%+1주의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4300·1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선박 2척도 최근 사선(소유 선박)으로 확보했다.
문제는 자금이다. 한 해운업계 원로는 SM그룹이 한진해운 아시아-미주노선을 인수한다는 발표가 난 뒤 "한진해운 영업망을 인수해도 컨테이너선 사업에 안착하려면 몇 년동안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해운업계는 SM상선이 터미널, 해외 사무소 등 육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적어도 수천억원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항만 터미널을 인수하는 가격은 물동량, 시설, 위치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면서도 "터미널당 몇백억원은 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SM상선은 해외에서 영업할 현지 조직도 새로 꾸려야 한다. 한진해운의 6개 해외 자회사를 인수하지 않기로 해서다. SM상선 측은 우발 채무가 중국 법인에서 발생한 1000억원 이외에 더 발생할 수 있어 해외 자회사를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배 값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칠봉 SM상선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5년 안에 컨테이너선 41척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척당 700만달러짜리 4500TEU급 중고선(선령 5년)으로만 34척을 채우려고 해도 약 2803억원이 든다.
해운업계는 SM상선이 컨테이너박스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기선 영업을 하려면 컨테이너박스를 선복량의 2배는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SM상선의 선복량 3만7800TEU로 영업하기 위한 컨테이너박스 7만5600개를 중고(6m 기준 개당 1000달러)로 사와도 그 값이 약 890억원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금액에 향후 사업이 안착할 때까지 운영비를 더하면 조 단위 투자는 결코 허황된 게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SM상선은 선박과 컨테이너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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