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8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약 20% 하락했다는 중소기업청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탁금지법 실시로 인해 실물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는 본격적인 보완 작업에 착수했다. 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한 시행령 조항 개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일 정부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청탁금지법의 경제적 영향과 효과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중소기업청에서 지난 한달간 실시한 관련 설문조사였다. 중기청은 화장품·음식업 등 17개 업종의 중소상공인 1020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청탁금지법 시행 후 전반적으로 매출의 약 20%가 줄어들었고, 실적 부진으로 고용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특히 육류와 화훼 도소매업이 가장 큰 폭의 매출 부진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이 같은 중기청 설문 결과를 토대로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이르면 다음주중에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방향을 포함한 보완책을 정리하기로 했다. 경제부처 총괄 컨트롤타워인 기재부는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에서 그동안 확보한 자료와 통계까지 검토한 뒤 실물 경제 및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종합적인 분석 결과를 낼 방침이다. 종합 분석 결과를 토대로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와 협의하고 법령 개정 여부 등의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청탁금지법은 손을 보긴 볼 것"이라며 보완책 마련을 시사한 바 있다.
국무총리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5일 '3·5·10 규정' 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이래 이번 중소기청 실태조사 결과에 주목해 왔다. 이 결과에 따라 법령 개정 방향과 속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매일경제에 "다음주 안으로 조사 결과를 종합한 뒤에 권익위 중심의 TF를 꾸려 청탁금지법 및 시행령 개정 검토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실은 상한을 올리거나 일부 업종이나 품목에 예외 조항을 두는 등의 구체적 개정 방향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부처 간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시행령 개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실제 청탁금지법이 경제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철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규정이 절대 불변의 진리는 아니다"며 "데이터(자료)와 팩트(사실 관계)를 면밀히 살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3·5·10 규정'은 현실감이 결여된 규정으로 서민생활과 밀접한 업종에 큰 타격을 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백화점에 축산물을 공급하는 A사는 지난해 설 대비 올 매출이 70% 하락했다. 한우갈비세트를 중심으로 15만원대 이상으로 팔리던 1등급 제품은 수요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맞춘 5만원 이하 2등급 한우세트는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A사 측은 "한우 식당들의 매출이 줄었고, 청탁금지법 때문에 한우는 선물 후보 명단에도 오르지 못한 것 같다"며 "저렴한 제품은 '한우는 고급'이라는 이미지에 먹칠만 하는 격이라 앞으로 닥쳐올 추석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깜깜하다"고 울상지었다. 서울 여의도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B씨는 최근 직원 3명을 모두 내보내고 혼자서 일하고 있다. 연말연시는 각종 시상 행사나 인사 이동으로 화원에게는 성수기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탓에 수요가 지난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B씨는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각종 행사에서 기본으로 들어갔던 꽃의 규모가 크게 줄었고, 인사철 선물로 활용되던 난은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졌다"고 푸념했다.
법령을 지키지 않기 위한 편법 사례도 속출했다. 3만원을 초과하는 식사
[진영태 기자 / 김세웅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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