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영역에서 라이벌간 경쟁은 늘 치열하게 전개된다. 국내 유통업계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롯데와 신세계도 마찬가지다. 백화점, 마트, 쇼핑몰, 면세점, 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보 없는 전투(?)가 365일 벌어진다. 하지만 이런 두 그룹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에 잠시 '쉼표'를 던져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유통공룡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49)의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됐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이 '깜짝 미팅'을 가졌다. 두 오너가 만난 장소는 청와대 공식 회의석상이나 전경련이 아니었다. 바로 롯데그룹의 새로운 심장이 된 롯데월드타워다.
사연은 이렇다. 정용진 부회장은 평소 다른 회사의 유통시설을 종종 둘러본다. 국내건 해외건 가리지 않는다. 작년에도 자택 근처에 있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이나 잠원동에 위치한 킴스클럽 강남점을 방문해 물건을 구입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정 부회장이 이번에는 롯데월드타워를 찾았다. 공식 그랜드오픈을 이틀 앞둔 지난 1일이었다. 쌍둥이 자녀들까지 동반한 정 부회장은 장난감을 구매하기 위해 롯데월드몰 지하에 위치한 롯데마트를 방문했다.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는 약 990㎡(300평) 규모의 장난간 전문매장인 '토이박스'가 입점해있다. 정 부회장이 스타필드 하남에 야심차게 마련한 장난감 전문점 '토이킹덤'의 경쟁자인 셈이다.
정 부회장이 토이박스에서 자녀들과 장난감을 고르는 모습을 발견한 한 롯데 직원은 이같은 사실을 윗사람에게 보고했다. 이같은 소식은 공식 오픈을 앞두고 롯데월드타워에서 현장점검을 하고 있던 신동빈 회장한테까지 전해졌다. 신 회장은 지체없이 롯데마트로 이동했고 자녀들을 위해 산 장난감을 양손에 들고 있는 정 부회장과 조우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정 부회장은 허리를 숙여 신 회장에게 인사를 건넸고 둘은 잠시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후 신 회장은 유통업계에서 좋은 안목을 갖고 있기로 소문난 정 부회장에게 롯데월드타워 76~101층에 들어선 6성급 호텔 '시그니엘'을 이용해볼 것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벌에게 직접 롯데그룹 최고급 호텔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 것이다. '시그니엘'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초고층 호텔이면서 최상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호텔이다. 전 객실(235실)에서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야경을 조망할 수 있다.
신 회장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정 부회장은 호텔 81층에 위치한 모던 레스토랑 '스테이(STAY)'에서 식사를 하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는 미쉐린 3스타 쉐프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이 평소 교류가 활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대기업 오너이자 대한민국 유통산업 성장의 주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만큼 서로 공감하는 부문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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